[메트로 와이드] 봄내음 가득한 바다위 고속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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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왔다. 꽃샘추위가 남아 있긴 하지만 따스한 햇살 아래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을 볼 수 있을 만큼 봄기운이 완연하다. 나들이 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날씨다.

이번 주말에 마땅한 봄나들이 코스를 찾지 못했다면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를 한번 달려보면 어떨까. 시원스레 뚫린 도로와 봄바다 내음, 무공해 섬 등이 반길 것이다.

자녀를 동반했다면 29일 개항 후 크게 붐빌 것으로 예상되는 인천국제공항을 여유롭게 둘러볼 수도 있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경기도 고양시 방화대교를 출발,노오지 분기점에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만난 뒤 영종대교로 이어지는 왕복 6∼10차선 도로로 총 길이는 40.2㎞다.

서울과 경기북부지역에서는 방화대교로,인천과 경기남부지역에선 인천 서구 북인천IC로 각각 진입하면 된다.

원래 영종도에 들어가려면 인천 월미도에서 카페리를 타야 한다.그러나 지난해 11월 고속도로와 영종대교가 뚫려 차량으로 곧장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교통량이 적어 고속도로 전 구간(영종대교 구간 제외)에서 제한속도인 시속 1백㎞로 달리며 속도감을 한껏 맛볼 수 있다.고속도로 정보 032-560-6000.

고속도로의 명물은 뭐니뭐니해도 영종대교다.공항이 위치한 영종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길이 4.42㎞의 연륙교로 중앙부 5백50m 부분을 다리 자체 지지선으로 묶는 세계 최초의 ‘3차원 자정식(自定式)’ 현수교다.

이 다리에 올라서면 교각 기둥이 만들어낸 삼각형 틀속에 잠긴 싱그러운 봄바다와 건너편에 있는 섬마을 강화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물이 빠지면 광활한 갯벌이 되고 물이 들면 바다로 탈바꿈한다.

굳이 차를 세우지 않더라도 속도를 약간 줄이면 충분히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어둠이 천천히 내려앉으면 영종대교는 또 다른 멋을 연출한다.실루엣 조명으로 겨울엔 빨간빛,봄이면 초록빛,여름엔 흰빛,가을이면 노란빛 등으로 옷을 갈아 입는다.

특히 오는 20일 다리 입구에 개관하는 ‘영종대교 기념관’(032-560-6400)도 주요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이 곳에는 영종대교와 방화대교 등 세계 10대 현수교 모형과 고속도로 운영시스템 등이 영상 ·모형 ·그래픽 등 다양한 형태로 전시된다.

관람객들이 차량으로 영종대교 위를 달리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가상체험 코너와 영종대교를 배경으로 합성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념촬영부스도 마련된다.

#영종도 ·용유도

영종대교를 건너 영종도에 도착하면 가볼만 한 곳으로 우선 용궁사를 꼽을 수 있다.

백운산 허리춤에 위치한 태고종 사찰 용궁사는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수령 1천3백년에 이르는 느티나무 두 그루가 위용을 뽐내고 있다.영종도 역사의 상징물이라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인근에는 바다에 사는 각종 생물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해양탐구학습장과 어시장이 자리잡고 있다.영종도 어시장은 월미도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생선가격은 훨씬 싸다는 평이다.

시간이 허락하면 영종도 선착장 주변을 돌며 섬에서 기른 채소와 고추·마늘·젓갈 등이 잘 버무려져 맛이 일품인 전통김치와 재래식 된장 ·섬마을 쌀 등 특산물을 구입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영종도와 용유도는 별개의 섬이었지만 공항부지로 이용되면서 하나의 섬으로 이어졌다.

영종도에서 용유도 가는 길에는 해수온천 해수피아(032-886-5800)가 있다.이곳은 3천명을 한꺼번에 수용 할 수 있는 지하 1층,지상 4층 연건평 2천4백여평 규모로 유명 온천지에서도 찾아 보기 어려운 매머드급이다.

지하 8백m 천연암반에서 끌어올린 해수를 이용하며 대욕장 외에도 노천해수탕을 비롯,인진쑥탕 ·숯사우나 ·황토사우나 ·옥사우나 ·황토불한증막 등을 갖추고 있다.

한식당 ·패스트푸드점 등의 부대시설도 갖췄다. 목욕료는 어른 6천원, 어린이 4천원.그러나 이곳은 무의도를 거쳐 집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길에 들르는 편이 낫다.

해수피아를 거쳐 용유도에 들어서면 봄바다의 낭만과 정취가 풀풀 묻어나는 을왕리해수욕장이 나타난다.

겨울의 끝자락인 탓이라 다소 쓸쓸해 보이지만 호젓함이 인상적이다. 해수욕장 주변에 줄지어 늘어선 30여곳의 음식점에선 손두부 요리와 꽃게탕 등을 맛볼 수 있다.

가는 길에 용유팔경의 하나인 장군바위와 맨손으로 농어 ·숭어를 잡는 한그물 고기잡이 대회가 매년 열리는 마시란 해변도 둘러볼만 하다.

#무의도

무의도를 찾으려면 영종도와 용유도를 잇는 남측 해안방조제 도로 약 9㎞를 달려가면 된다.

도로 한쪽편으론 파도소리가 차창을 계속 때린다. 이어 거잠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무의도 큰무리 선착장으로 향하는 철부선은 거잠포와 연륙교로 이어진 잠진도 포구에서 뜬다.

무의도는 몇해 안에 공항 배후관광지로 개발되겠지만 아직은 섬마을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전체 둘레는 3.8㎞에 불과하나 곳곳에 원시림이 있으며 개불안란 등 희귀식물이 자생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무의도 명물은 크게 세가지.우선 하나개해수욕장의 송림과 밀가루처럼 입자가 고운 백사장을 꼽을 수 있다.이곳에선 맑은 날이면 멀리 황해도 장산곶까지 보일 정도로 경관이 좋다.주변에 난방 시설이 완비된 방갈로 30여개동이 있어 밤 바닷가에서 별을 헤는 추억도 만들 수 있다.

또 한가지는 산이다.호룡곡산(해발 2백47m),국사봉(2백36m) 등 두 개의 봉우리가 무의도의 양쪽 귀퉁이에 솟아있다.그렇게 높지 않은 산이지만 산 전문잡지에 심심찮게 소개되는 명산이다.산세가 험하지 않고 등산로가 잘 닦아져 어린이들도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산에는 길이 안 보일 정도로 소나무가 빼곡이 들어차 있으며 발 밑에는 쑥 ·고사리 ·씀바귀가 곳곳에 솟아 있어 나물 캐는 재미도 쏠쏠하다.

게다가 좌우로 펼쳐진 바다를 거느리고 오르는 짜릿한 쾌감도 느낄 수 있다. 국사봉 정상에 서면 실미도 ·백령도 ·대청도 ·덕적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선착장에서 호룡곡산∼국사봉을 거쳐 다시 선착장으로 내려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빠른 걸음으로 2시간30분,쉬엄쉬엄 걸어선 4시간30분 정도이다.

마지막 한가지는 자연산 굴이다.무의도 포내마을 일대 2㎞ 구간의 갯벌이 온통 굴밭이다.

인심 좋은 섬아주머니에게 인사만 잘하면 그 자리에서 캔 굴을 맛보라고 주기도 한다. 거의 모든 식당에서 굴밥 ·굴생채무침 ·굴전 ·굴국 등으로 짜여진 굴정식을 맛볼 수 있다. 1인분에 1만원 안팎. 무의도 사람들은 동어회(숭어새끼)에 굴밥을 무의도의 별미로 추천하기도 한다.

문의 인천시 종합관광안내센터 032-1330.

정영진 기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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