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40년 이래 신칸센 첫 탈선 인명 피해 '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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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승객 155명을 태우고 시속 210㎞로 달리던 신칸센 열차가 선로에 불꽃을 일으키며 급히 멈춰섰다. 진도6이 넘는 1차 강진이 발생한 직후였다. 멈춰선 곳은 진원지 인근의 나가오카역을 5㎞ 앞둔 지점. 13m 높이의 고가 선로를 달리던 참이어서 하마터면 대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열차는 객차 10량 가운데 8량이 약간 기운 채 궤도에서 벗어나는 데 그쳤다.

신칸센 개통 40년 만에 처음 일어난 탈선 사고였지만 열차 차창이 좀 깨졌을 뿐 인명 피해는 전혀 없었다. 지진에 대비한 첨단 제동장치와 기관사의 순발력 덕분이었다.

신칸센에는 1998년에 강제 제동장치가 설치됐다. 선로 곳곳에 지진 감지장치가 있어 일정 규모 이상의 예비진동(P파)이 일어나면 곧바로 송전 전원이 차단돼 본격적인 진동(S파)이 도달하기 전에 열차가 멈추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신칸센을 운영하는 지방별 철도회사(JR)는 95년 고베 대지진 때 피해를 보지는 않았지만 만일을 위해 안전장치를 강화해 둔 것이다. 시속 300㎞로 고속 주행하는 경우 약 2분이면 정지하도록 설계돼 있다.

다만 지진 도달 시간이 짧은 직하형 지진이 발생하거나 진원에서 너무 가까운 지역에선 불가항력일 수도 있다. 탈선 열차의 기관사가 강력한 진동을 감지하고 급제동 장치를 걸어 속도를 줄인 것도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운도 따랐다. 정차역을 5㎞ 앞두고 때마침 속도를 줄이던 참이었기 때문이었고 달리던 선로도 직선구간이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열차가 곡선 지점을 지나고 있었거나 가속 구간에서 사고가 났더라면 전복사고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승객들은 4시간 동안 열차에 갇혀 있다가 역무원들의 도움을 받아 전원 무사히 구조됐다.

신칸센은 64년 개통 이후 40년간 단 한 건의 인명사고가 없었던 고도의 안전성을 자랑으로 삼고 있다. 터널 구간 내에서 벽돌이 떨어져 열차에 부딪친 것을 큰 사고로 여길 정도로 이렇다 할 사고가 없었다.

지진으로 인해 무탈선 기록은 깨졌지만 시스템과 운이 함께 작용해 '인명피해 제로' 기록은 이어지게 됐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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