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트] 허정은.김숙경 "첫 세계10위권 기대 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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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여성 세일러 김숙경(19).허정은(20)이 당차게 바다를 향해 떠난다.

2인승 요트 420급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두 선수는 한국 요트 최초로 세계 10위권 진입이 예상되는 기대주다. 어릴적 동네친구로 만나 중1년 때부터 배를 타기 시작한 두 선수는 3월 한체대에 입학, 새로운 항해를 시작한다.

두 선수는 입을 모아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 을 외친다.

이들은 1인승 옵티미스트급에서 라이벌로 지내다가 1999년 함께 420급 배를 탔다. 허선수는 98년 김선수가 아시안게임 1인승 옵티미스트급에서 금메달을 딸 때 함께 팀을 이루려고 1년을 기다렸고 배를 바꾼 지 9개월 만인 99년 12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 가능성을 확인했다.

두 선수는 성격이 다르다. 스키퍼(선장)인 김선수는 말이 없고 장고 끝에 냉정하게 항로를 결정하는 스타일이다. 허선수는 활달하며 도전을 즐긴다. 시시각각 변하는 바람과 조류에 맞춰 순간적으로 마음을 바꾼다.

두 선수는 "알면 알수록 변화무쌍한 바다처럼 서로의 마음을 읽기 힘들다" 고 말한다. 그래서 항해 도중 숱하게 의견이 충돌하기도 하지만 최선의 결과를 찾기 위한 조합으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공통점도 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 때 두 선수 모두 두려워하기보다 함성을 내지르며 바람에 배를 맡긴다. 스피드광이다.

두 선수가 함께 갈 항로는 어려움 투성이다. 김.허선수는 420급 배에 타기에는 몸무게가 가볍고 배는 낡고 성능이 떨어진다.

국내에 여자 420급 팀이 하나밖에 없어 남자대회에 출전하지만 이마저도 국내에는 10여척밖에 되지 않아 1백여척이 출전하는 세계대회에 나가면 경험이 달린다. 무엇보다 선배들이 가보지 못한 처녀 항로를 개척할 수 있을지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나 높은 파도가 일고 강한 바람이 불수록 힘이 나는 것이 두 선수의 특징이다.

이필승 국가대표 상비군 감독은 "신체 밸런스.학습능력과 험한 바다에서 요구되는 의지력이 뛰어나 세계 정상급으로 발돋움할 능력이 충분하다" 고 말했다. 배를 바꾸고 해외 전지훈련을 꾸준히 실시하면 최고 자리에 오를 재목들이라고 평가했다.

성호준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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