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만점을 받은 신입사원 현대백화점 권영규 주임이 직원들을 상대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지난해 6월부터 사내 인터넷을 통해 시작한 권 주임의 강의는 직원 사이에서 ‘토익 만점을 받은 토종 신입사원이 영어를 가르친다’는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8000여 명의 전체 직원 중 1000여 명이 그의 강의를 들었다. 권 주임은 “처음에는 신입사원이 강의한다고 해서 선배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지만 신경쓰지 않았다”며 “회사 영어교육을 내가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권 주임 덕분에 지난해 5500만원의 강사료를 아낄 수 있었다. 신입사원이 적극적으로 제 목소리를 내고, 회사가 이를 받아들여 서로 도움이 된 경우다.
치열한 입사 경쟁을 뚫은 신입사원들이 회사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발랄하고 거침없는 모습을 보여준 신세대 국가대표선수들과 닮은꼴이다.
롯데닷컴 카메라 판매 담당 함화연 MD는 ‘묶음상품’ 아이디어를 제안해 ‘이달의 MD왕’에 올랐다. [롯데닷컴 제공]
신입사원 채용을 담당하는 현대백화점 임은우 부장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며 “자신감이 넘쳐 자기 의견을 내는 데 주저함이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 사회학과 조대엽 교수는 “요새 젊은이들은 ‘신(新)유목 세대’로 정의할 수 있다”며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거나 발휘할 수 있는 곳이라면 경계를 넘어 서슴없이 뛰어드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CJ는 매년 연수기간 중 신입사원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신입사원들은 팀별로 ‘CJ 온리원 페어’에 참가해 마케팅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이 자리에는 임원들이 직접 참가해 신입사원의 아이디어를 평가한다. 영화관 CGV에 설치돼 있는 티켓 순번 발매기나 좌석 밑 의류보관 바구니도 여기서 채택한 아이디어다. 조대엽 교수는 “기업들이 점점 유연해지면서 직원·소비자의 제안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신세대 신입사원의 아이디어가 회사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