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짱짱 아이디어 팡팡 뭔가 다른 요즘 루키들 회사가 젊어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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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토익 만점을 받은 신입사원 현대백화점 권영규 주임이 직원들을 상대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그룹의 영어 강사는 토익 만점짜리 ‘신참’이다. 2008년 7월 입사한 인재개발원 권영규(27) 주임이 주인공이다. 강의는 그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입사 직후 외부 강사가 토익을 가르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가 팀 선배인 이대희 과장에게 “제가 직접 강사를 하겠다”고 건의한 것. 해외연수·유학 경험이 없었지만 토익 만점을 받아 자신이 있었다. 김경호 인재개발원장은 그의 시범 강의를 들어본 뒤 제안을 받아들였다.

지난해 6월부터 사내 인터넷을 통해 시작한 권 주임의 강의는 직원 사이에서 ‘토익 만점을 받은 토종 신입사원이 영어를 가르친다’는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8000여 명의 전체 직원 중 1000여 명이 그의 강의를 들었다. 권 주임은 “처음에는 신입사원이 강의한다고 해서 선배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지만 신경쓰지 않았다”며 “회사 영어교육을 내가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권 주임 덕분에 지난해 5500만원의 강사료를 아낄 수 있었다. 신입사원이 적극적으로 제 목소리를 내고, 회사가 이를 받아들여 서로 도움이 된 경우다.

치열한 입사 경쟁을 뚫은 신입사원들이 회사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발랄하고 거침없는 모습을 보여준 신세대 국가대표선수들과 닮은꼴이다.

롯데닷컴 카메라 판매 담당 함화연 MD는 ‘묶음상품’ 아이디어를 제안해 ‘이달의 MD왕’에 올랐다. [롯데닷컴 제공]

인터넷쇼핑몰 롯데닷컴의 가전팀 카메라 담당 함화연(27·여) 상품기획자(MD)는 최근 ‘이달의 MD왕’에 뽑혔다. 지난해 1월 입사 후 1년여 만에 벌써 세 번째 수상이다. 그는 카메라와 어울리는 렌즈를 묶음상품으로 판매해 일 매출 3억원을 넘긴 공로를 인정받았다. 추동우 영업전략실장은 “신입사원이 40명의 MD 중에 MD왕으로 뽑힌 것은 드문 일”이라며 “회사는 함씨의 아이디어를 벤치마킹해 다른 상품에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입사원 채용을 담당하는 현대백화점 임은우 부장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며 “자신감이 넘쳐 자기 의견을 내는 데 주저함이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 사회학과 조대엽 교수는 “요새 젊은이들은 ‘신(新)유목 세대’로 정의할 수 있다”며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거나 발휘할 수 있는 곳이라면 경계를 넘어 서슴없이 뛰어드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CJ는 매년 연수기간 중 신입사원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신입사원들은 팀별로 ‘CJ 온리원 페어’에 참가해 마케팅 아이디어를 내야 한다. 이 자리에는 임원들이 직접 참가해 신입사원의 아이디어를 평가한다. 영화관 CGV에 설치돼 있는 티켓 순번 발매기나 좌석 밑 의류보관 바구니도 여기서 채택한 아이디어다. 조대엽 교수는 “기업들이 점점 유연해지면서 직원·소비자의 제안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신세대 신입사원의 아이디어가 회사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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