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녹색성장시대 ‘곤충산업’ 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꿀벌과 누에를 제외하면 곤충은 대체로 퇴치 대상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곤충도 산업화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인공 꽃가루 수정부터 해충 퇴치, 애완용까지 쓰임새가 커지면서다. 이미 시장 규모가 연간 1000억원대를 넘어섰고, 2015년엔 3000억원으로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한 쪽은 애완용 곤충이다.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 등 국내에서 유통되는 애완용 곤충은 50여 종. 이들만으로도 연간 400억원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 전문적으로 사육하는 농가도 200 곳을 넘어섰다.

물론 왕사슴벌레 한 종의 시장이 3000억 엔(약 3조8000억원)에 이르고 판매상이 1000곳이 넘는 일본에 비하면 아직 초기 단계다. 하지만 2008년 110억원에 불과하던 애완곤충 시장 규모가 올해는 400억원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농업진흥청 최영철 곤충산업과장은 “나비나 반딧불이 등 곤충을 주제로 한 지역 축제도 활성화되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산업화 부문에서는 단연 천적 곤충이 앞선다. 1998년 천적 곤충이 처음 활용되기 시작한 이후 35종이 개발돼 팔리고 있다. 현재 2114㏊의 경작지에서 농약 대신 천적 곤충으로 방제를 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지원에 적극 나서면서 2013년엔 2만㏊로 늘어날 전망이다.


주로 농진청에 의존하던 천적 곤충 개발에도 민간 기업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세실의 경우 이를 사업화해 지난해 2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최근엔 꽃가루 매개와 환경 정화 등 새로운 사용처도 생겨나고 있다. 꽃가루를 옮기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뒤영벌은 2002년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했지만 2005년 이후 사육 기술 확보에 나서 최근엔 70%가량 국산으로 대체했다. 또 썩은 동물이나 배설물 등을 먹이로 이용하는 파리와 동애등에를 이용해 음식물쓰레기와 축산 분뇨 등을 친환경적으로 분해하는 시스템 개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연구가 완성되면 단순한 쓰레기 처리에 그치지 않고 사료나 퇴비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다.

곤충의 용도가 많아지면서 관련 법령도 정비됐다. 지난해 국회에서 ‘곤충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통과된 데 이어 농식품부가 이 법의 시행령을 준비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정부는 곤충산업의 기반 조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와 연구개발 등이 포함된 종합계획을 5년마다 세우게 된다.

정광용 국립농업과학원장은 “앞으로 곤충이 녹색성장의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애완용 곤충과 천적 곤충을 개발하고 곤충으로 식·의약품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