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의 컬처코드 (38) 방송 3사 중계권 싸움, 월드컵 때 또 봐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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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발랄 당당한 ‘쾌속세대’의 선전이 전국민에게 벅찬 자긍심을 안겨준 밴쿠버 겨울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그러나 방송중계에 관해서는 흠집투성이였다. 방송사간 이전투구와 국민적 알권리의 훼손으로 오점을 남겼다. 시청자의 불만 속에 어느 방송사도 승자는 아니었다.

사실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스포츠 경기가 지금 같은 지구적 이벤트가 된 데는 방송의 역할이 막대했다. 경기는, 수십 대의 카메라가 펼치는 긴박감의 향연이다. 월드컵이라면 스타 플레이어 한 명씩 따라붙는 밀착 카메라가 그들의 동작, 땀과 근육을 현장보다 더 생생하게 보여준다. 스키점프나 스노보드의 환상적인 플레이 역시 스펙터클한 카메라가 없다면 재미가 반감될 것이다.

# TV중계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그것이 스포츠 마케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가령 올림픽 TV중계권은 IOC(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 수익의 70~80%에 이른다. 1948년 런던대회 때 3000만 달러에 처음 판매된 TV중계권료는 100배쯤 뛰었다. 처음엔 대회 별로 팔다가 95년 이후에는 동·하계를 묶어 판매한다. 겨울 올림픽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을 감안한 패키지 판매다.

중계권료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2002·2004년 22억 달러에서 2006·2008년 26억 달러, 이번 2010 밴쿠버·2012 런던은 38억 달러로 뛰었다. 밴쿠버·런던 올림픽에는, 미국 NBC가 22억1000만 달러, 유럽연합이 7억4600만 달러, 일본의 재팬컨소시엄이 2억2000만 달러를 지불했다. 2016년 여름 올림픽 중계권료는 5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계권이 없으면 당연히 방송에 제약을 받는다. 세계적인 뉴스채널 CNN도 올림픽 보도는 스틸 화면을 사용할 정도다.

올림픽뿐 아니다. 올 남아공 월드컵의 TV중계권료는 27억 달러. 2006년 독일의 20억 달러보다 30%가량 늘었다. 미국 ABC가 2011~2016년 NBA 중계를 위해 지불한 돈은 46억 달러에 달한다. 이런 천문학적인 중계권료를 감수하는 이유는, 그것이 보상하는 광고 수익 때문이다.

# 올림픽은 끝났지만, 불거진 방송사간 갈등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분투를 마셔야 했던 KBS는 연일 특집프로그램을 내놓으며 올림픽 열기를 주도하고 있고, SBS는 KBS·MBC의 김연아 영상 사용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SBS는 또 유료매체에 저작권료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케이블·위성방송업계는 난시청 지역이 많아 케이블·위성 없이는 ‘90% 커버리지’라는 보편적 시청권 확보가 불가했다며 SBS의 셈법을 비판하고 있다.

남아공 월드컵이 다가오지만, 과연 이번에는 각 방송사들이 자사이기주의를 넘어 국민적 알권리 확보를 위해 원활한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까. ‘업자들끼리 알아서 하라’며 수수방관했던 방송통신위원회의 직무유기도 개선돼야 할 사안이다. 모처럼 국민적 축제의 장인 월드컵이나 올림픽이 더 이상 방송사들의 거대한 ‘돈잔치’, 이권이나 자존심 다툼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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