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이 돌아왔다.
◆큰 무대에서 이미 검증된 파괴력=안정환은 지난 두 차례 월드컵에서 3골을 넣었다. 전성기였던 2002년 한·일 월드컵 미국과의 조별리그와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각각 극적인 헤딩골을 성공시켰다. 2006년 독일 월드컵 토고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는 역전골을 넣어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때만 해도 안정환은 해외이적을 놓고 혼란스러웠다. 2005년 프랑스 메스로 이적했으나 전반기 2골에 그쳤다. 2006년 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블랙번으로 이적하려다 실패한 뒤 독일 뒤스부르크로 팀을 옮겼으나 활약이 미미했다. 하지만 그의 경험을 높이 산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독일 월드컵에서 안정환을 다시 불렀고, 그 결단은 보상을 받았다. 허정무 감독은 이번 월드컵에서도 토고전 때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시즌 중국 수퍼리그에서 6골에 그쳤지만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후반에 투입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능력만큼은 검증됐다는 판단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큰 무대에서 안정환의 결정력은 이미 검증받았다. 현역선수 중 그만한 선수는 없다”며 코칭스태프의 분위기를 전했다. 대표팀 주장 박지성(맨유)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그는 “안정환 선배는 대표팀에서 훌륭한 모습을 보여 왔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은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다. ”며 신뢰를 보냈다.
◆세월이 준 여유와 족쇄=대표팀에 합류한 안정환은 어느덧 최고참 이운재(37·수원)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선수가 됐다. 그는 “10분이든 20분이든 대표팀에 꼭 도움이 되고 싶다. 사실 대표팀 합류는 기대하지 않았다. 뜻밖에 온 기회를 꼭 살리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한때 혼자 하는 플레이로 비난을 받았던 그는 이제 팀을 생각하고 있다. 월드컵과 지지리도 인연이 없었던 비운의 후배 이동국(전북)의 대표팀 내 입지가 여전히 불안한 것에 대해 “이동국이 골을 넣을 수 있도록 도움(어시스트)을 주고 싶다”며 선배다운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컨디션이다. 아직 중국 리그가 개막하기 전이라 실전감각이 부족하다. 본인 표현을 빌리자면 컨디션은 80% 수준. 게다가 그의 이름값도 부담스럽다. 왕년의 스타가 벤치만 지켜서는 팀 분위기에 도움될 게 없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 감독을 역임한 이회택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스타급 선수들을 적극 활용하지 않을 바에는 안 데리고 가는 게 낫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고참은 어린 선수들에게 부담스러운 대상”이라고 말했다.
한국 축구의 월드컵 최다골(3골) 기록을 보유한 안정환이 3대회 연속골 기록을 세울 발판을 마련할지, 코트디부아르전에서 판가름 난다.
런던=장치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