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구매력' 선진국 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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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내놓은 보고서는 1980년대 이후 한국 근로자의 임금이 양(量)과 질(質) 양면에서 경쟁국을 훨씬 앞질러 상승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임금의 실질 구매력 측면에서도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여러 갈래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이는 그동안 우리의 임금수준이 극히 낮았다는 방증" 이라며 "실질 구매력도 상대적으로 가격변동이 크지 않았던 공공요금.쌀.자장면을 놓고 비교해 의미가 떨어진다" 고 반박했다.

◇ 임금 가파르게 상승〓경총 분석에 따르면 87년 민주화투쟁 이후 임금 상승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99년까지 12년동안 4.5배 가까이 올랐다. 이 때문에 87년 한국 근로자의 임금수준이 월 4백달러로 대만(4백84달러)에 뒤졌으나 99년에는 월 1천2백41달러로 높아져 대만(1천1백69달러)을 앞질렀다.

임금이 크게 오르더라도 이에 걸맞은 생산성 증가가 뒤따르면 기업으로서는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은 90~99년 단위노동비용 상승률이 2.6%로 ▶일본 0%▶대만 0.5%▶미국 - 0.5% 등에 비해 여전히 높게 나타나는 등 생산성을 웃도는 임금상승이 누적돼 기업에 부담이 됐다는 지적이다.

노총 이정식 대외협력본부장은 그러나 "선진국의 경우 70%를 웃도는 노동소득분배율이 한국의 경우 96년 64.2%에서 99년 59.8%로 더 열악해지는 등 근로자들이 생산성만큼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고 주장했다.

◇ 실질 구매력 선진국과 비슷〓국제적으로 비교적 표준화돼 있는 대중교통 요금을 통해 실질 구매력을 비교한 결과 택시(기본료)의 경우 한국은 월 평균임금(99년 제조업 기준)으로 1천1백35회를 탈 수 있어 미국(1천2백57회)보다 다소 떨어지나 일본(6백5회)보다는 앞섰다. 지하철(1구간)은 한국이 2천4백59회로 일본(2천4백94회).미국(1천6백76회)보다 조금 앞서거나 비슷했다.

반면 햄버거의 경우 한국은 4백92개를 사먹을 수 있어 일본(1천3백57개).미국(9백86개)보다 적었다.

◇ 20년간 실질임금 3배 올라〓80년 이후 지금까지 한국 근로자의 임금수준은 9.6배 상승한 반면 소비자 물가는 3배 상승하는데 그쳐 물가를 감안한 실질임금은 평균 3.2배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한달 월급으로 80년(17만6천원)엔 택시를 3백98번 탈 수 있었으나 2000년(1백68만2천원.전산업 기준)엔 그 3.3배인 1천2백93번이나 탈 수 있게 됐다. 그만큼 생활수준이 향상됐다는 얘기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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