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났다 ! 토종 거포들… 심정수·양준혁 기회마다 펑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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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거포들의 방망이가 살아났다.

현대와 삼성이 벌이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양 팀 사령탑은 타격의 중심인 심정수(29.현대)와 양준혁(35.삼성)의 방망이가 살아나기만을 간절히 원했다.

지난 21일 수원 1차전에서 이들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듯 나란히 자기 몫을 해냈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13타수 1안타(0.077)의 지독한 부진에 빠졌던 양준혁은 이날 홈런을 날리는 등 부진을 한꺼번에 털어냈다. 0-4로 뒤지던 6회초 2사 후에 등장한 양준혁은 현대 선발 피어리의 직구를 받아쳐 홈런을 터뜨렸다. 이때까지 피어리의 호투에 1안타로 눌리던 삼성의 타선을 깨우는 홈런이었다. 자극을 받은 로페즈가 랑데부 홈런으로 화답했다. 양준혁은 8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왼손 투수인 이상렬을 상대로 우전 안타를 뽑아냈다. 비록 역전에 실패했지만 양준혁이 살아났다는 사실 만으로도 삼성은 한국시리즈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심정수 역시 타격 3관왕 브룸바에 가려 있던 자신의 입지를 되살렸다. 심정수는 4-2로 추격당한 8회말 2사 2, 3루에서 천적인 삼성 권오준을 2타점 좌전 적시타로 두들겼다. 삼성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은 적시타였다. 더구나 5회 삼성 선발 배영수의 공에 왼쪽 손등을 맞아 퉁퉁 부어오른 상태에서 때려낸 안타여서 더욱 값진 것이었다.

통산 7차례 포스트시즌에 출전한 심정수는 고비 때마다 7개의 홈런을 터뜨린 슬러거.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거포를 자랑하며 현대의 2연패를 이끌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 시즌 이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심정수로서는 한국시리즈가 자신의 몸값을 올릴 절호의 기회도 되는 것이다.

두 거포가 살아남으로써 현대와 삼성이 치르는 올해 한국시리즈는 팬들에게 끝까지 흥미를 더할 전망이다.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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