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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땀 훈련 통해 소년범을 챔피언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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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 최한기 감독(中)이 한국챔피언이 된 현주환 선수(左)를 지도하고 있다.

지난 6일 재소자로는 처음으로 프로복싱 한국챔피언(수퍼페더급)에 오른 현주환(22)선수. 현재 한국랭킹 1위(라이트 플라이급)로 곧 챔피언 타이틀에 도전할 유명구(25) 선수. 지난해 프로복싱 신인왕(수퍼페더급)을 차지한 박명현(24)선수. 이들은 모두 천안소년교도소 재소자이거나 이곳을 거쳐간 복서들이다.

역경 속에서 영광의 꽃을 활짝 피워낸 이들의 뒤에는 최한기(47)감독의 헌신적 노력이 숨어 있다. 현역 시절 고(故) 김득구 선수의 라이벌이었던 최 감독은 충남 대천의 한 고교에서 복싱부를 지도하다 선배의 부탁으로 이 교도소 복싱부를 맡게 됐다. 법무부 지원이 거의 없는 상태라 복싱부는 최 감독 혼자 힘으로 유지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는 계속 무보수로 일해오다 2년 전부터 100만원가량의 강사비를 받고 있다.

"교도소 음식만 먹고는 선수들이 오래 뛰지 못해요. 그렇다고 교도소 측에서 다른 재소자와 달리 특별 대우를 해줄 수도 없고…. 제가 '영양보충'까지 책임져야 하는 실정이죠."

최 감독은 "애써 키운 선수들이 출소한 뒤 일반 체육관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선수 생활을 그만둘 때 가장 가슴 아프다"고 했다. 자신이 체육관을 열어 이들을 계속 돌봐주고 싶다는 것이 그의 가장 큰 소망이다.

"복싱은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감량의 모진 고통을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한순간의 실수로 이 곳에 들어온 자신이 얼마나 철부지였던가를 깨우치게 되죠."

이 교도소 복싱부는 교도소가 인천에 있을 때인 1984년 창단됐다. 최 감독은 창단 감독이다. 창단 이래 지금까지 재소자 복서들이 각종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해 따낸 메달은 200개에 가깝다. 원래 프로대회에는 출전할 수 없게 돼 있었으나 최 감독이 "출소한 뒤 프로복서로서 먹고 살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간청해 2002년에 금지가 풀렸다.

이곳 출신인 서철(23)선수는 2000년.2001년 전국체전에서 연속으로 은메달(헤비급)을 따냈다. 서 선수는 출소 뒤 프로로 데뷔했으나 헤비급 선수층이 엷어 최근 이종격투기로 방향을 돌렸다. 지난 13~15일에는 그를 모델로 한 영화 '주먹이 운다'(주연 류승범)가 교정 사상 처음으로 교소도 내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현재 이곳에서 복싱을 배우는 재소자는 모두 14명이다. 복역 기간이 2년6개월부터 7년까지인 이들은 오전과 오후에 세시간씩, 하루 여섯시간 동안 구슬땀을 흘리며 '재활의 주먹'을 다듬고 있다.

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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