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위헌결정' 후속 대책 마련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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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이전특별법의 위헌 결정에 대해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파장을 분석하며 발빠르게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섰다.

◇청와대.정부=청와대는 정권 차원에서 추진해온 신행정수도 건설사업을 포기해야 할지, 아니면 개헌을 해서라도 재추진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비록 청와대는 외관상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적어도 포기하려는 기류는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 극적인 반전을 꾀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 실제로 청와대 관계자들은 헌재의 '관습헌법' 법리에 반론을 집중 제기하면서 '국민투표' 회부 방안을 조심스럽게 거론했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헌재의 위헌 결정 이후 행정수도 건설사업이 다 끝난 것처럼 얘기하는데 균형발전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꺾인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헌재 무용론'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관습헌법을 인용한 것은 삼권분립과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파괴하고 국기를 흔든 일"이라며 "민주적 권력침탈 행위와 민주주의 위기에 대해 강력히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청와대 일각에선 수도가 꼭 서울이 아니고 다른 지역이 될 수도 있다는 관습의 변화만 확인하면 굳이 개헌을 하지 않아도 되는게 아니냐는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즉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의 변화된 관습을 확인하면 개헌을 시도하지 않아도 되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22일 오전 청와대 관저에서 김우식 비서실장을 포함해 일부 수석들과 조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헌재 결정에 대해 "뉴스 보도를 통해 잘 알고 있다"고 했을 뿐 향후 대응책 등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한편 정순균 국정홍보처장은 22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른 대응책과 관련해 "상황을 정확히 판단해보기 위해 여러 가지를 점검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 대변인인 정 홍보처장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노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정과제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히고 "오늘 언론에서도 '관습헌법'이라는 부분에 대해 문제 제기도 일부 있었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지도부 내에서도 "대책이 없다"며 한숨이 가득하다. 당 지도부는 일단 "차분하게 상황을 지켜보자"는 쪽으로 대응 방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 결정에 섣불리 감정적으로 대응했다간 더 큰 후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판단도 깔려있는 듯하다.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행정타운 조성 등 실질적인 행정수도 건설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수도이전 정책에 버금갈 수 있는 뚜렷한 대안이 못 된다는 데 여당의 고민이 있다.

열린우리당은 위헌 결정과는 별도로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해소라는 국정핵심과제는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에 따라 본격적인 대안 마련에 착수했다. 다만 향후 대응 방향이 어느 쪽으로 정해지느냐에 따라 사회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신중하게 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곧 당.정.청 특별협의체 회의를 열거나 비공식 당정협의를 통해 헌재 결정의 법리상 문제점과 여론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뒤 대응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부영 의장은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당혹스럽고 실망스런 헌재 판결이 있었지만 정부와 여당은 그런 문제에 대해 의연 차분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당.정.청 합동협의체에서 후속대책을 논의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헌재가 관습헌법을 바탕으로 위헌판결을 내린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한뒤 "이 문제는 헌재 판결의 효력과는 별도의 문제로서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우선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행정수도이전법을 통과시킨 데 대해 박근혜 대표의 입을 통해 공식사과하는 한편 헌재 결정에 반발하는 여권을 향해 헌재결정 수용을 촉구했다. 또 지방균형발전 및 지방분권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국가적 과제임을 강조하며 국회내 지역균형발전특위(가칭) 설치를 제안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비록 원내 개헌저지선(100석) 이상을 확보하고는 있지만, 여권 일각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밀어붙이기 위해 여론몰이를 통한 개헌시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추진한 방식의 수도이전은 포기돼야 한다"면서 여권의 행정수도이전 포기를 재촉한 뒤 "한나라당은 지방분권과 지방균형발전 정책을 정부가 하려는 것보다 더 빠르고 강도높게 구체성을 띠고 추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또 여당에 대해 수도권 과밀화 해소 및 지방균형발전 프로그램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특위 구성을 제의했다. 특히 지방분권과 지역균형을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앙정부의 행정인허가권, 교육행정권한, 치안, 과세관련 권한의 지방정부 이양 ▲전국토 U자형 개발 ▶권역별 지방대학 집중 육성 ▶권역별 산학연 연구단지 조성 등을 통한 성장 잠재력 프로그램 마련 등을 제시했다.

특히 충격에 빠진 충청권 민심을 달래기 위한 방안으로 공공기관의 충청지역 분산 배치, 충청권 기업도시.자유도시 선정, 충청선 철도연결, 안면도.서산.보령의 수산관광단지 개발, 아산 중국물류기지 건설 등을 내놓았다.

디지털뉴스센터, 연합뉴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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