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스팩에 스마트머니 몰린다는데 A 하락 위험은 작고, 상승 가능성은 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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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호 30면

스팩(SPAC)에 대한 열기가 뜨거운 만큼 궁금증과 논란이 교차한다. 주요 궁금증 3가지를 정리했다.

Q 스팩에 1조원 넘는 돈이 몰린 까닭은?
A “하락 위험은 작고 상승 가능성이 크다”(호바트 리 엡스타인 동양종금증권 부사장)는 이유다. 개인은 물론이고 기관투자가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다. 25일 미래에셋증권이 기관을 대상으로 스팩의 수요 예측을 실시한 결과 20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자산운용사뿐 아니라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한다는 생명보험사도 참여했다.

스팩은 공모 자금의 90% 이상을 별도로 보관한다. 인수합병(M&A)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돈을 뺄 수 없다. 대우증권 스팩의 경우 예치비율이 96%다. 3년 안에 M&A가 성사되지 않으면 예치금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준다. 물가 상승률이나 3년 동안의 기회비용을 고려하지 않으면 원금을 까먹을 일이 거의 없는 셈이다. 최근엔 물가 상승률도 높지 않고 예금 이자는 바닥을 긴다. 엡스타인 부사장은 “금리가 두 자릿수인 시절이면 꼭 스팩에 투자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연 3% 선인 지금 상황에서 스팩은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주식 시장은 불안하고 부동산 시장의 규제는 날로 엄격해진다. 원금 손실을 마다하고 선뜻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나서기 불안한 상황에서 스팩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스팩으로 돈이 몰리는 것은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이 늘어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ELS 발행 규모는 전달보다 6100억원 넘게 늘어난 1조710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1년간 최대치다. 퇴직연금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데 퇴직연금은 원금을 보장하는 동시에 수익도 추구해야 한다. 그래서 최근엔 퇴직연금 운용 자산으로 금리가 낮은 예금보다는 원금보장형 ELS를 활용한다고 한다.

Q 공모가가 높으면 비싼 건가?
A 단순 가격만 비교해서는 안 된다. 현대증권 스팩의 공모가는 6000원이고, 미래에셋증권은 1500원이다. 그렇다고 해서 현대 스팩이 미래에셋에 비해 4배 비싼 것은 아니다. 단순 공모가가 아니라 실제 가치를 비교해야 한다. 손쉬운 방법은 스팩 발기주주들이 받는 주식 가격과 공모 가격을 비교해 보는 것이다. 현대 스팩의 발기주주들은 2000원에 주식을 받았다. 공모가의 3분의 1이다. 미래에셋 발기주주들 또한 공모가의 3분의 1인 500원에 주식을 받았다. 이렇게 비교하면 같은 가격인 듯하다.

그러나 정확히 비교를 하면 조금 다르다. 발기주주 지분과 전환사채(CB) 발행 규모까지 따져 주당 장부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A가 1만원에 100주를 받았는데 B는 5000원에 100주를 받았다고 치자. A와 B의 실제 주식 가치는 7500원(75%)이 된다. A는 B에 비해 2500원을 손해 보고 B는 A에 비해 2500원을 이득 본 셈이다. 이를 감안해 4개 스팩의 실제 가치를 계산해 보면 동양종금(90.9%), 미래에셋(87.8%), 현대(83.8%), 대우증권(83.3%) 등 순으로 나타난다. 자본시장연구원 김갑래 연구위원은 “지금은 투자설명서에 스팩의 실제 가치가 표시돼 있지 않다”며 “일반 투자자들이 스팩 가격이 적정한지를 따져볼 수 있도록 이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Q 어떤 기업이 M&A 대상인가?
A 4개 스팩 모두 녹색 기술 관련 산업 및 신성장 동력 사업군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신재생에너지·LED·바이오·나노 등 관련 기업이 대상이다. 투자 규모는 다르다. 스팩은 예치금의 80% 이상의 주식 가치가 있는 기업을 합병해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합병 기업 규모는 대우·동양종금·미래에셋·현대증권 등의 순이다. 특히 대우 스팩은 2000억원 안팎의 기업을 합병해야 한다. 지성배 대표가 “블루칩 종목에 투자해 성장성과 안전성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한 이유다. 반면 미래에셋·현대 스팩은 합병 대상 기업의 시가총액이 200억~1500억원이다. 2008~2009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 90개 가운데 이 범위에 해당하는 기업이 72%에 달한다. 그러나 기업 규모가 작아 주가 변동성이 클 수 있다.



스팩(SPAC·Specified Purpose Acquisition Company) 기업인수목적회사. 주식 공모와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다른 기업(주로 비상장사)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서류상 회사다. 일반 기업처럼 주식이 증시에 상장돼 매매 가능하다. 상장 전 공모주 청약을 통해 투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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