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장학금에 15억 남긴 인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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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독학으로 한의사가 돼 한의학의 한 학파를 창설한 사람이 한의학 발전을 위해 사재 15억원을 내놨다.

대한형상의학회 창시자인 고(故)박인규(朴仁圭.사진.사망당시 73세)씨는 지난해 1월 숨지기 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시가 12억원 상당 7층 빌딩과 현금 3억원을 장학재단에 쾌척했다.

유언은 한의학 발전과 국민의 건강증진에 써달라는 것.

유족과 제자들은 11일 고인의 1주기를 맞아 동국대 상록원에서 전국 11개 한의대생 22명에게 1백만원씩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형상장학재단은 앞으로 수혜범위를 한의사.교수들에게 확대하고 1인당 장학금도 늘려 나가기로 했다.

朴씨는 한의대를 다닌 적은 없다. 춘천농대.국민대 법학과를 수료하고 대구매일신문과 의학잡지사 기자로 재직했다.

1966년 일본의 한의학 서적을 번역하면서 흥미를 느껴 이때부터 한의학을 연구했다고 한다.

71년 한약업에 종사하던 사람에게 면허증을 딸 수 있는 기회를 줬을 때 한의사가 됐다.

72년 서울 종묘에서 한의원을 시작했다.

형상의학회는 '생긴대로 병이 온다' 는 원리를 중시하는 한의학의 한 학파.

고인이 76년에 창시했다. 회원은 2백여명이다. 『지산선생 임상학 특강』(전 7권) 등 저서를 남겼다.

이 학회 오수석씨는 "고인이 자식들에게는 최소한의 재산을 남기고 대부분을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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