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집이야기] '신데렐라'·'잠자는 숲속의 공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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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어릴 때 본 만화영화가 의외로 오랫동안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플로리다의 디즈니월드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인기있는 관광지가 되고 있는 것은 어릴 때 본 만화를 그곳에서 발견하는 즐거움 때문이다.

디즈니월드에서 가장 인기있는 사진찍기 지점 중의 하나가 신데렐라 성-독일 퓌센의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본뜬 모습-앞이라는 점도 그런 영향력의 하나로 보여진다. 그런 의미에서 만화영화에 나오는 집이나 성을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있다.

디즈니의 '신데렐라' 와 '잠자는 숲속의 공주' 는 만든 지 40년이 가깝지만 여전히 인기있는 만화영화다.

신데렐라에는 신데렐라와 계모 등이 함께 사는 귀족 저택과 무도회가 열리는 화려한 궁전이 나온다.

만화영화의 집은 현실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의 상상 그대로 그리는 것이 가능하다.

신데렐라의 귀족 저택은 계모와 그 딸들이 생활하는 주인의 공간과 문으로 분리되어 가파른 계단을 통해 올라가야 하는 다락 형태의 하인들의 생활공간으로 나뉜다.

주인의 생활공간은 계단도 나선형으로 화려하고, 바닥도 대리석이나 카펫이다.

신데렐라가 일하는 부엌에는 요즈음의 인터폰 대신 각 방으로 연결된 종이 있어서 필요한 사람은 종을 울려 부른다.

이 만화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귀족 저택이든 궁전이든 계단이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 묘사된다는 점이다.

귀족 저택의 우아한 나선형 계단, 까마득하게 힘들어 보이는 다락방으로 향하는 계단, 그리고 신데렐라의 유리구두가 벗겨지는 수정같이 빛나고 넓은 궁전의 계단 등 여러 형태의 계단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는 착한 요정들이 숨어서 공주를 키우는 숲속의 오두막이 정감있게 그려진다.

흔히 서양에서 '카티지' 라고 일컬어지는 작은 집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나지막한 굴뚝과 조그만 창문, 벽난로와 그 위에서 끓는 무쇠 주전자가 아늑하고 아기자기하다.

한편 공주의 부모님이 사는 궁전은 높은 뾰족탑과 커다란 연회홀 등 전형적인 고딕 형태의 중세시대 성의 모습이다.

만화를 보면서 혹시 이런 화려한 성과 저택 또는 아기자기한 집들이 우리의 잠재의식 속에 파고 들어 현실에서 살고 싶은 집 모양을 좌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신혜경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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