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큰손 고객들의 돈을 대신 굴려주는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 상품)에도 펀드 바람이 불고 있다. 랩상품 가입자들이 주식.채권에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하기를 더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증권사들의 일임형 랩어카운트 상품 잔액은 총 4조5500여억원으로, 이 중 펀드형의 비중은 개별 주식형을 제치고 50%를 넘어섰다.
금융감독원 한윤규 증권업무팀장은 "지난 6개월 사이에 펀드형은 두 배 가량 늘어났지만 주식형은 40%에서 절반으로 줄었다"며 "간접투자가 대세로 정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대신증권이 지난 7월 19일부터 판매한 적립식 펀드형 상품인 리더스랩에는 1640여억원이 몰렸다. 대한투자증권이 7월 말 판매를 시작한 엄브렐러펀드형 상품도 800여억원이 팔렸다.
현대증권의 경우도 지난 5월 이후 주식형은 3분의 1로 줄어들었지만 적립식 펀드상품에 약 320억원이 새로 들어왔다.
대신증권 남기윤 고객자산팀장은 "투자성향에 따라 채권형이든, 주식형 펀드든 골라서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고객들이 찾고 있다"며 "직접 투자에 자신이 없는 분들이 주류"라고 말했다. 또 엄브렐러펀드처럼 시장 상황에 따라 인덱스형과 하락형을 갈아 타거나, 펀드 오브 펀드처럼 채권형.주식형 등 여러 펀드를 하나의 랩 안에 싸넣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펀드를 전문적으로 개발.운용하는 투신사가 아닌 증권사가 펀드형 랩상품을 관리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자산관리 서비스 수준은 떨어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또 다양한 펀드를 하나로 포장하다 보면 증권사에 내는 일임수수료 외에 개별 펀드운용에 들어가는 보수까지 더해져 총 수수료가 높아지지 않을까란 우려도 있다.
현대증권 이완규 자산관리기획팀장은 "증권사의 펀드형랩 수수료는 MMF형.채권형.주식형 등 편입 펀드별로 연 0.5~3%까지 큰 차가 있다"며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투자전략실장은 "고객들이 증권사에 주식투자를 일임했다가 다시 펀드로 갈아타는 것은 증권사의 종목선택 능력을 불신하는 부분도 크다"며 "하지만 펀드형 랩투자의 성패도 증권사의 자산관리능력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 일임형 랩어카운트=증권사에서 운용하는 종합자산관리 상품으로, 증권사의 금융자산관리사(FP)가 고객의 재산을 일임받아 개별 주식이나 채권, 펀드 등에 투자.관리해주고 수수료(Wrap fee)를 받는다. 단 투자손실이 나더라도 책임은 전적으로 고객의 몫이다.
정효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