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흔들리는 미국 신경제 신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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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내총생산(GDP)10조달러, 세계경제의 4분의1을 차지하는 미국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1991년 이후 어언 10년간 장기 호황국면을 지속해 왔던 미국이 지난해 2분기까지만 해도 실질성장률 5.6%를 기록했으나 4분기에는 1.4%로 떨어졌다.

***10년 호황국면 조정받아

95년 2분기에도 경제성장률이 0.8%로 떨어지는 등 2분기에 걸친 일시적인 경기둔화국면이 있었고,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팽배했지만 미국은 97년 이후 연간 4%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이와 같은 미국경제의 장기 호황국면을 신경제(New Economy)의 도래로 일컫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의 신경제는 이제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인가.

자본주의 경제는 내재적으로 경기변동의 주기를 경험하게 된다. 다만 경기변동의 폭을 줄이고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통화정책 및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안정화를 도모하게 된다.

일례로 97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98년 8월 러시아경제의 파탄으로 이어짐에 따라 세계경제가 극심한 불황국면에 진입하게 되자 미 연준을 비롯한 선진국의 중앙은행들은 일제히 금리인하를 도모했다.

그 결과 세계경제는 빠른 회복세를 보였고, 오히려 걱정거리로 대두한 것이 미 주식시장의 버블 붕괴와 이에 따른 미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었다.

미 연준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99년 6월말 이후 지난해 5월까지 여섯차례에 걸쳐 금리인상 조치를 단행해 물가상승 압력을 선제적으로 제어했고, 주식시장의 완만한 조정을 도모했다.

올 1월 들어 18개월만에 미 연준은 금리정책의 기조를 다시 선회하게 된다. 그린스펀 의장은 미국경제가 제로성장에 근접했다고 언급하면서, 유가의 하향안정화에 대한 기대 및 미 노동시장의 경색완화 등으로 물가상승압력이 약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전격적으로 불과 한달 사이에 1백bp의 금리를 인하했다.

이와 같은 금리인하 조치는 과거 어느 시기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하 폭이 클 뿐 아니라 신속한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달리 보면 미국경제의 경기 하강속도가 그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데 따른 정책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산업생산, 소매판매액, 소비자 신뢰지수, 제조업 경기지수 등 각종 경기지표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미국경제가 급속히 악화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필자는 우선 미국경제도 경기변동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미국의 신경제가 정보통신산업의 발전, 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미국기업의 구조조정, 금융서비스시장의 효율성, 노동시장의 유연성 등에 기인한 점은 사실이지만 이미 미국경제는 경착륙이건 연착륙이건 어느 정도 경기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견돼 왔다.

특히 지난해 유가상승에 따른 충격, 주가하락에 따른 소비위축, 기업의 과도한 차입과 수익성 악화 등은 미국경제가 다시 생산성 향상으로 무장하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금리인하.減稅 효과볼 듯

그러나 미국은 90년대 초반 버블경제의 붕괴 이후 경기침체의 늪을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일본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미국경제가 매우 유연한 시장경제 체제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 올초 단행된 미 연준의 금리인하 조치를 포함해 부시 신행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감세정책 등 경기안정화를 위한 정책수단들이 잘 구비돼 신속히 추진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정보통신 산업의 대량해고 및 투자위축으로 신경제의 원동력이었던 정보통신산업의 성장이 주춤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제 문제는 생산성이라는 그린스펀 미 연준 의장의 의미심장한 지적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 경기전망의 비생산적 논쟁보다 유연한 시장경제의 틀을 갖추고,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데서 대응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王允鍾(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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