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사학법인 운영권을 빼앗지 말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사립학교 단체 대표들이 열린우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헌법소원을 내고, 신입생을 받지 않고 재학생이 모두 졸업하면 학교를 자진 폐쇄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학단체들이 폐교도 불사하겠다는 것은 여당의 개정안대로라면 더 이상 사학재단의 존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학들의 주장대로 학교가 폐쇄된다면 사학 의존도가 유달리 높은 한국 교육은 대공황 상태에 빠질지도 모른다. 학교 수를 기준으로 중학교 23.5%, 고교 46%, 전문대 89.9%, 대학 78.9%가 사립학교다. 열린우리당은 사학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학은 현행 법이나 제도로도 공공성과 투명성을 지키고 있다. 후세 교육에 사명감을 갖고 사재를 털어 사학을 설립한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교육철학과 목표가 있다. 이를 존중해 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개정안 가운데 사학들이 집중적으로 지적하는 독소 조항은 개방형 이사제다. 이사 정수(9명)의 3분의 1을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하는 인사로 임명하는 것이다. 개방형 이사제가 도입되면 학교운영위나 대학평의원회를 구성하는 교사.교수.학부모 등이 학교 경영을 마음대로 하게 된다고 사학들은 우려한다. 학교법인과 고용관계에 있는 교사와 교수가 이사가 된다는 것은 노조원이 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격이다. 자문기구에서 심의기구로 격상하는 학교운영위도 학교운영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결국은 조직력이 강하고 목소리 높은 전교조나 그와 비슷한 유의 세력에 의해 학교는 장악될 수 있다.

사학은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권력이 교육 분야까지 간섭하려 해서는 안 된다. 사학재단으로부터 운영권을 빼앗지 말라. 개방형 이사제 도입과 학교운영위의 격상은 철회되어야 한다. 재단의 전횡을 굳이 막으려면 개방형 이사제 대신 일반 회사처럼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