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터치통신시스템'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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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초면인 사람을 만나면 보통 악수와 함께 명함을 건넨다. 명함첩에는 이렇게 받은 명함으로 가득하며, 이를 다시 컴퓨터의 명함 관리 프로그램에 이름.휴대전화 번호.사무실 전화번호 등을 입력해 놓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크다.

그러나 악수만 해도 서로의 명함을 자동으로 교환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달 초 정보통신 전시회인 시텍( CEATEC)이 열린 일본 도쿄 근교 마쿠하리메세. 일본전기통신(NTT) 전시관에는 이색 기술이 선보였다. 사람 몸을 통신 케이블로 활용해 영상이나 정보를 전송하는 '인체통신' 기술이 시연됐다.

관람객들은 시연대 앞 발판에 서면 그림과 영상 등이 자신의 몸을 거쳐 지나가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악수만 하면 서로의 손을 통해 명함 정보가 상대편에 전달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기기는 마쓰시타가 본격적인 상품(이름:터치통신시스템)으로 개발한 것이다.

일본전기통신을 통해 시연된 터치통신시스템은 인체 통신의 상용화에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년 전 이 기술이 처음 개발됐을 때만 해도 '이색적인 미래 통신기술' 정도로 받아들여졌었다.

터치통신시스템은 사람 몸이 전기를 잘 통한다는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여기에 필요한 기기는 손목시계 같은 사람 몸에 차는 기기가 필요하다. 물론 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사람 간에는 같은 기기가 필요하다.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전화를 걸 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손에 차는 통신기기에는 자신의 명함이며 이력서 등을 저장할 수 있으며, 이 중 특정 정보를 선택해 서로 주고받을 수 있다. 두 사람이 악수한다면 통신기기는 체지방 측정 때 사용하는 정도의 극히 미약한 전류를 몸에 흘려보낸다. 그 전류에 보내고 싶은 명함 등 정보를 선택해 싣는다. 그러면 악수하는 손을 타고 상대방의 기기로 그 정보가 건너가 저장되는 것이다.

마쓰시타가 개발한 인체통신시스템의 전송 속도는 초당 영문자 230자를 보낼 수 있는 정도로 빠르다. 손목용 통신시스템은 손목시계 크기다.

사실 인체는 땀이 많이 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뚱뚱한 사람과 마른 사람 간에 전류가 흐르는 특성에 차이가 생긴다. 케이블 격인 사람 몸이 특성이 달라 통신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마쓰시타는 순간적으로 사람 몸의 도체로서의 특성을 측정해 전류를 보정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시텍 전시회 시연장에서는 통신기기를 손목에 차지 않고 주머니에 넣고 있는 상태에서도 몸을 타고 정보가 교환되는 것이 확인됐다. 이를 이용하면 교통카드를 주머니에 넣은 채 손가락만 개찰구 기기에 대면 요금이 지불되게 할 수 있다.

터치통신시스템은 이 외에도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사람-사람, 사람-기계 간 통신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수퍼마켓에 가면 쇼핑카트에 가득 실은 물건을 계산대 앞에서 하나하나 다시 내려놓아야 한다. 어떤 물건을 샀는지 파악해 계산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물건 진열대에 가격 등 상품 정보를 저장한 기기를 설치해 놓고, 쇼핑객은 그 단말기에 손가락만 대면 상품 구매 수량과 가격 등이 손목 통신기기로 저장된다.

쇼핑이 끝난 뒤 계산대에 가서 손가락만 대면 쇼핑한 내역이 계산대 기기에 전송된다. 굳이 산 물건을 몽땅 다시 계산대 위에 올려놓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사무실 출입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문 등을 확인할 필요도 없이 손가락이나 볼 등의 피부만 스쳐도 신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자신의 정보가 어느 순간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수 있으며, 몸을 통해 보내는 전류가 인체에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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