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재활 이렇게 한다] 5. 대학로 '등나무집' 운영 이하성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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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 동숭동 대학로 근처 먹자골목에서 '등나무집' 을 운영하는 이하성(李夏盛.59)씨는 개업한 지 1년이 채 안된 초보 식당주인이다.

그는 1998년 8월 명예퇴직할 때까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국방과학연구소에서 31년간 연구원 생활을 한 화이트 칼라였다.

퇴직 연금만으로는 세 아들의 학비조차 빠듯하자 동생의 무역업을 잠시 돕기도 했으나 이마저 실패, 결국 온 가족이 힘을 합쳐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 가족들 특기 살려 개업〓고깃집을 해보자는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은 큰 아들 재효(29)씨였다. 대학졸업 후 압구정동 등나무집 본점에서 잠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포도주에 하루 동안 재었다가 구어먹는 삼겹살이 젊은이들 사이에 큰 인기인 것을 목격했던 재효씨는 지난해 초 본점에서 프랜차이즈를 모집하자 아버지에게 이를 권했다.

"그 때부터 3개월간 아들들과 가게를 물색하러 다녔습니다. 종로.청계천.을지로는 물론 의정부까지 샅샅이 훑었습니다. 그러다가 PC방 자리였던 이 가게를 잡았습니다. "

임대보증금(8천만원)에 인테리어.프랜차이즈료 등 모두 2억원을 들여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퇴직금과 적금을 털고 모자라는 돈은 신용보증기금의 생계형 창업자금 5천만원(연리 8.2%.올 1월부터 6.75%로 인하)을 빌렸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던 부인 정삼림(55)씨와 사진을 전공하는 막내아들 동규(21)씨가 인테리어에 참여해 비용을 절감했다.

둘째 민규(27)씨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부부와 둘째.셋째 아들이 고기 및 야채구입은 물론 주방일과 음식나르기까지 도맡아하는 가족 총동원체제다. 회사원인 첫째 아들도 퇴근 후 짬을 내 돕고 있다.

◇ 차별화에 주력〓다소 허름한 골목에, 그것도 3층에 음식점을 내자 주위에서는 "장사의 기본도 모른다" 며 걱정반.비웃음반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기호에 맞는 고기맛과 깔끔한 인테리어, 인터넷을 이용한 홍보가 적중하며 연인들과 여성고객. 젊은 직장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 가게 최대의 무기는 부드럽고 깔끔한 고기맛. 부인이 본점에 40여일 동안 출퇴근하며 직접 배워온 고기 재는 법은 최고의 영업비밀이다.

1인분 값이 주변 고깃집의 두배 가까운 6천6백원이지만 젊은이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 하루 매출은 1백만원선. 李씨는 창업과정에서 주위의 도움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강북 소상공인지원센터가 자금알선과 상권분석을 도와줬고, 보증을 위해 실사를 나온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입지선정에 관한 조언을 해줬다.

하지만 이런 도움도 새벽까지 거리에 서서 유동인구를 체크했던 본인의 열의와 가족의 합심이 없었다면 소용 없었을 것이다. 02-3675-5678.

이현상 기자

사진=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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