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를 다지자] 20. 다시 생각하는 명절 시민의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3천2백만명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귀향길엔 1천3백만대의 자동차가 함께 한다.

이번 설엔 명절마다 경험했던 갓길 운행, 버스 전용차로 침범, 쓰레기 투기 같은 무질서 행위가 줄어들까. 아니면 여전히 짜증 가득한 연휴가 될까.

기상청은 24, 25일 눈이 온다고 예보했다. 분산된 귀성과는 달리 귀경길은 25일 하루여서 예전대로라면 더욱 험난한 길이 될 판이다.

경찰청은 헬기 등 1천7백여대의 장비와 5천여명의 경찰을 투입해 질서를 잡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감당하지 못할 넓은 국토다. 개개인이 질서를 지켜주면 즐거운 명절이 보장될 수 있다.

이달 초 폭설 때를 보자. 중부고속도로 일죽 부근 오르막 차로에서 화물차가 미끄러지며 도로를 막았다.

뒤따르던 승용차들이 너도나도 갓길로 끼어들면서 이내 갓길도 막혔다. 모든 차선이 옴짝달싹 못하게 돼 출동한 제설차가 세 시간이 넘도록 현장에 접근하지 못했다. 시민의식을 발휘해주면 고향에도 빨리 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도로공사 김권태(金權泰)교통정보상황실 소장은 "갓길을 막지 않았으면 30분이면 해소될 상황이었다" 고 아쉬워했다.

버스 전용차로는 어떤가. 한진고속 기사 김흥수(金興遂.51)씨는 "여섯명 이상 탄 승합차라야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다는 걸 다들 알면서도 명절 연휴엔 두세 명만 탄 승용차들이 수두룩하다" 고 지적한다.

택시기사 김원식(金元植.52)씨는 "화가 난 버스가 전용차로에 끼어든 승용차에 바짝 붙어 위협하는 장면을 볼 때마다 아찔하다" 고 말한다.

무질서는 우리들의 생명을 앗아간다. 지난해 설 연휴 고속도로에선 68건의 사고가 나 13명이 죽었다.

고속도로 순찰대 김인식(金仁植)경감은 "이유는 단 하나, 무질서 때문" 이라고 했다. 쓰레기도 고향 가는 길을 어렵게 만든다. 지난 추석 연휴 동안 고속도로변에서 수거한 쓰레기는 1백20t이다.

공원 묘지가 밀집해 있는 경기도 일대는 때마다 주차장이 된다. 7백50대가 주차할 수 있는 경기도 파주시 용미리 서울시립묘지엔 지난해 설에 1만5백여대가 몰렸다. 묘지 진입로 3㎞가 주차장으로 변해 꼼짝할 수 없었다. 버리고 간 쓰레기는 산더미였다.

경찰청 서재관(徐載寬)경비교통국장은 "이번 연휴 기간의 무질서 행위는 중복 단속이 되더라도 전부 처벌할 것" 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단속이 문제가 아니다. 이번 설에는 우리 스스로 질서와 품위를 지켜 즐거운 귀성.귀경길을 만들어 보자.

조민근.박현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