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가짜 국산' 판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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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흔히 소비자들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돼지고기의 대부분이 국산이라고 믿는다.

툭하면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급락하고 '구제역으로 돼지고기 수출길이 막혔다' 고들 하는데 어디 수입산이 들어오겠느냐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은 전혀 딴판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된 돼지고기는 모두 78만6천t인데 이 가운데 13.7%인 10만8천t이 수입산이다. 이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독특한 부위별 선호도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보통 등심.안심 등 살코기와 뒷다리를 스테이크와 햄의 원료로 선호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퍼석퍼석하다' 는 이유로 기피한다. 대신 지방이 많은 삼겹살.목살.앞발(족발) 부위를 유달리 좋아한다.

따라서 등심.안심 등은 남아 돌아 수출하고 있는데 비해 삼겹살은 지난해 프랑스.덴마크.헝가리 등에서 2만7천t(전체 소비량의 23%)을 수입했다. 목살도 1만2백t(17%), 앞다리는 1만9천t(15%)을 수입했다.

물론 이같은 수입 돼지고기는 상당 부분 국산으로 둔갑해 팔린다. 소비자들이 당연히 국산이겠지하며 방심하는 데다 쇠고기와 달리 구분판매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2일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이 지난해 원산지 표시 위반 단속 결과를 분석한 결과, 적발된 업소(2천7백77개소) 가운데 약 절반(1천3백89개 업소)이 수입산 돼지고기를 국산으로 속여 판 것으로 나타나 1999년보다 63%가 늘어났다.

이에 비해 쇠고기를 국산으로 속여 판 업소는 4백99곳이었다. 수입 돼지고기가 국산으로 둔갑하는 비율이 쇠고기보다 훨씬 높다.

농산물 품질관리원 장맹수 사무관은 "국산 브랜드 돼지고기나 냉장육을 제외하고는 식당에서 일반적으로 판매하는 냉동 삼겹살의 거의 대부분이 수입 돼지고기" 라며 "살코기가 핏기 없는 검붉은 색이면서 지방층이 엷고 껍질 부위가 깨끗이 제거된 삼겹살은 수입산일 확률이 크다" 고 말했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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