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아로요 대통령 집무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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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마닐라〓예영준 기자] 글로리아 아로요 신임 필리핀 대통령은 22일 대통령 관저인 말라카냥궁에 입주해 집무를 시작했다.

그는 첫 주요 임무로 군부 막후 실세인 레나토 드 빌라 전 국방장관 겸 군 참모총장을 총리급인 행정장관에 임명하는 등 군부세력들을 요직에 기용하고 일부 각료를 새로 임명했다.

국방장관엔 조셉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에 반대하며 19일 사표를 낸 뒤 시위대에 합류해 이번 민중혁명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던 오를란도 메르카도가 유임됐다.

대통령 비서실장엔 레나토 코로나 정권 인수위원장, 내무장관엔 라구나주 지사 호세 리나를 기용했다.

아로요는 21일 이미 레안드로 멘도사 전 필리핀 국제범죄센터 소장을 경찰청장에 임명해 요직을 자신의 정치적 동지들로 채웠다.

코로나 정권인수위원장 겸 대통령 비서실장은 "에스트라다 정권에서 일하던 장관 중 몇명은 유임될 것" 이라 말하고 "22일까지 새 내각을 구성해 첫 각의를 소집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아로요는 이날 부패방지위원회를 발족하고 "앞으로 대통령 친인척의 공직취임을 금지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날 필리핀 검찰은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의 재임 중 비리혐의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새 정부의 한 관계자는 "에스트라다를 기소하기 위해선 60일간의 예비조사가 필요하다" 며 "조사가 끝나면 국고횡령.공금유용.위증.부정축재 등 모두 여섯 가지 죄목으로 그를 기소할 것" 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당국은 에스트라다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지는 않고 있으나 공항의 출국감시 대상목록엔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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