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미국] 上. 대외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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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세계 각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이 펼칠 외교정책의 기조가 이전 클린턴 정부 때와 사뭇 다를 전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을 축으로 한 국제 역학관계에서도 벌써부터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뉴욕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해외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줄인다는 원칙을 외교정책의 기조로 삼는 '선택적 개입주의' 를 강조했다.

다시 말해 미국이 '지구촌 경찰국가' 를 자처하고 다른 나라의 문제에 일일이 간섭했던 클린턴식의 일방적 개입주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국익 차원에서 판단해 확실한 결과를 보장할 수 있을 경우에만 개입하겠다는 말이다.

특히 부시 정권이 주변국들의 우려를 사고 있는 점은 당초 공약으로 내걸었던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를 강행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부시의 이러한 고립주의적인 신외교정책은 지난 8년간 클린턴 정권에 익숙해 있던 러시아.중국 등 주요 국가들과 벌써 마찰이나 갈등을 빚고 있다.

우선 러시아와의 관계가 삐걱거린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NMD 반대를 주도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제도개혁을 추진하지 않는 한 러시아에 대한 재정지원을 전면 중단할 것임을 경고했다.

그동안 미국과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던 러시아는 부시의 냉담한 어조에 발끈해 양국간에 새로운 긴장관계가 조성되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도 순탄치 않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최근 중국을 더 이상 '전략적 동반자' 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다시 말해 안보면에서 중국은 '잠재적 경쟁국' 이라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대만문제와 관련,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지지하면서도 대만을 확고하게 보호.지지한다며 감싸고 나선 점이다.

그러나 대량파괴무기 확산의 방지와 NMD체제의 추진을 위해선 러시아와 중국의 협조를 구하지 않을 수 없어 부시 정부의 향후 대처가 주목된다.

NMD에 반대하는 유럽 국가들을 설득하는 문제와 중동 및 발칸 문제 처리도 부시 정부의 고민거리다.

중동사태와 관련, 부시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주로 한 정책을 펴면서 팔레스타인 등 당사국들을 설득해 해결책을 모색해 나간다는 클린턴 정권의 정책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크다.

또 발칸에서는 미군이 맡고 있는 평화유지 임무를 서유럽이나 러시아에 떠넘기고 빠져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외교에는 문외한이라 주변에 훌륭한 보좌관들이 있다지만 이를 얼마나 매끄럽게 처리할지가 관심거리다.

그러나 취임식을 마친 부시 대통령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두 가지다. 먼저 최대 공약사항으로 내건 NMD계획이 기술적으로 아직 신뢰할 만한 수준이 못 된다는 것이다.

또 새 정부 외교안보팀의 주축인 딕 체니 부통령,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 담당 보좌관, 콜린 파월 국무장관 및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경험은 풍부하지만 모두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이고 냉전시대 때의 사고에 젖어 있어 의견충돌이 있을 경우 조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워싱턴〓김진 특파원.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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