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남북 대치상태 '안보형사법'체계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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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광수 검찰총장(左)이 19일 국회 법사위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조용철 기자

19일 대검찰청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감에선 관심이 온통 송광수 검찰총장의 입에 쏠렸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그의 견해가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야는 각기 자기 쪽에 유리한 답변을 이끌어내려고 애썼다. 그러나 송 총장은 피해갔다. 자신을 "보안법 집행의 주무 책임 기관장"이라고 밝히면서도 "정치권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예민한 문제를 직접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속내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발언도 있었다.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은 "보안법이 통일의 장애물이냐, 아니면 국가안보에 꼭 필요한 법이냐"고 물었다. 송 총장은 "어느 나라든 그 나라의 기본질서를 수호하는 법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통일을 지향하면서도 남북 대치 상태이기 때문에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한 안보 형사법 체계는 필요하다"고 했다.

송 총장은 여당이 보안법의 '반국가단체' 개념을 없애는 대신 형법개정안에 '내란목적단체'개념을 도입한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여당이 '내란목적단체'를 '국토를 참절(불법 점유)하거나 국헌을 문란케 하고자 폭동을 일으킬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로 규정한 데 대해 그는 "현재 북한이 폭력적 방법의 적화통일 노선을 포기했다는 견해도 있는 만큼 폭동개념을 포함할 경우 실무상 법 적용에 상당한 혼란과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안이) 명확히 정리됐으면 하는 것이 법 집행자의 입장"이라고도 덧붙였다.

열린우리당 양승조 의원은 형사법 전공 교수들의 보안법 폐지 성명 사실을 소개하며 여당의 방침이 옳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송 총장은 "실무적인 것과 이론적인 것에는 차이가 있다"고 대꾸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보안법의 인권침해 사례를 시인하느냐"고 묻자 송 총장은 "과거 일부 조항에 대해 무리한 적용이 있었다. 그러나 남북 대치상황에서 국가안전에 도움이 된 조항도 있었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 '국가인권위에 접수된 1만2000여건의 진정 중에 보안법과 관련한 인권침해 사례는 단 두건에 불과했다'는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의 주장에 대해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 이후로는 보안법 조항을 무리하게 적용하거나 집행한 일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송 총장은 "(정치권에서) 아직 검찰 입장을 제출하라는 요구는 없었다"며 "앞으로 입법과정에서 법무부를 통해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있으면 합리적인 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김정욱.이가영 기자 <jwkim@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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