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장 이름 빠진 한성대 졸업장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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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9일 서울 성북구 삼선동의 한성대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는 ‘기이한’ 졸업장이 등장했다. 석·박사 학위를 받은 220여 명의 졸업장에 학위 자격을 인정하는 대학원장 이름이 없었던 것이다.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김모씨는 “졸업장을 받고 황당했다”고 말했다.

한성대에 이 같은 졸업장이 등장하게 된 것은 재단 이사장과 총장 간에 생긴 보직교수 임면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다.

사립인 한성대의 이희순(89) 이사장은 이달 초 대학원장·학장·처장 등 보직교수 22명을 새로 임명했다. 지난달 취임한 이 이사장은 한성학원의 설립자로 1997년 가족 내 분쟁으로 학내분규가 일어나면서 재단에서 물러났었다. 한성대는 이후 8년간 교육부에서 파견된 임시이사체제로 운영되다 2006년 정이사 체제로 바뀌었고 이 이사장은 설립자 자격을 인정받아 이사로 복귀했다. 그의 딸도 이사로 들어왔다.

그러나 이 대학 정주택 총장이 보직교수 신규 임명에 반대하고 나섰다. 그는 “관련 규정에 따르면 총장 제청이 있어야 이사장이 보직교수를 임면할 수 있다”며 이사장에게 맞섰다. 이미 보직교수 발령을 둘러싸고 이사장과 서너 차례 실랑이를 한 뒤였다.

정 총장은 지난해 3월 취임했으며 당시 2년 임기로 보직교수 발령을 냈다. 그는 “지난해부터 손발을 맞춰 온 보직교수들을 이사장이 맘대로 바꾸면 총장업무를 수행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 총장이 8일 이사장을 상대로 ‘보직 및 면직발령 무효 소송’을 내면서 갈등은 법정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사립학교에서 총장이 이사장과 소송전을 벌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정 총장은 “설립자라는 이유로 보직교수 물갈이를 통해 학교를 장악하려는 시도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총장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낸 터라 결과에 따라 신임 보직교수들이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졸업식 하루 전날(18일) 열린 재단 이사회에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대학원장 이름이 없는 졸업장을 주기로 결론을 내렸다.

한편 22일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돼 온 세종대에 7명의 정이사를 선임했다. 이로써 세종대는 임시이사체제 5년 만에 정상화를 꾀할 수 있게 됐다. 또 2003년부터 학내분규를 겪어온 동덕여대에 9명의 임시이사를 파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원(9명)에 1명 부족한 상태로 운영돼 온 조선대에 정순영 전 동명정보대 총장을 정이사로 선임했다.

박수련·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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