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배려하는 디자인이 도시 경쟁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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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삶의 질이다.”

세계적인 디자인 전문가 헬레나 히보넨(60·사진) 헬싱키예술디자인대학 학장의 디자인론이다. 디자인은 곧 우리의 생활이 될 거라는 시사다.

그는 23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세계디자인도시서밋(WDC)에 참석하기 위해 22일 서울에 왔다. 이번 대회에는 세계 17개국 31개 도시의 시장과 대표 및 디자인 전문가 400여 명이 참가해 미래 도시 경쟁력의 핵심인 디자인에 대해 논의한다. 히보넨 학장은 올 초 헬싱키예술디자인대학과 경영대학·공과대학을 통합해 알토대학을 설립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어떤 학문도 디자인을 배제하면 미래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22일 정경원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과 함께 서울시청 별관에서 그를 만났다.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된 서울에 대한 인상은 어떤가.

“2008년 첫 방문 이후 이번이 세 번째 방한이다. 올 때마다 느끼지만 서울은 역동적인 도시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한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고전적 아름다움을 가진 경복궁과 현대적 미를 지닌 건축물이 도심에 함께 있다. 그것이 서울 도시 디자인의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에 이어 헬싱키가 2012년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됐다. 헬싱키의 도시 디자인이 가진 강점이 있다면.

“헬싱키는 서울에 비해 아주 작은 도시다. 그만큼 ‘인간적 디자인’이 꽃피기 쉬울 수도 있다. 우리가 강조하는 것 또한 ‘인간 중심적 디자인’이다. 가령 팔꿈치와 무릎 부분에 천을 덧대 만든 노인의 옷을 보자. 관절이 약한 이들이 넘어질 경우를 대비한 ‘배려’가 디자인에 녹아 있다. 둘째는 ‘참여하는 디자인’이 활성화돼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를 만들 때는 아이들의 의견을 직접 듣는 식이다.”

-도시 디자인에 대한 개념이 조금 낯설다. 좋은 도시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시민을 배려하는 디자인이다. 패션이나 미에 국한돼 있던 디자인 개념을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이 바로 ‘도시 디자인’이다. 실제로 핀란드에서는 디자인의 영역을 사회 곳곳으로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소통하는 디자인’도 중요하다. 고령화, 교통 체증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사회학·과학·디자인 등 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분야가 협력할 때 더 잘 풀릴 수 있다. 그렇게 각기 다른 분야들이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이 잘 구축돼 있을 때 좋은 도시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

- ‘플랫폼 구축’의 예를 들자면.

“올 초 핀란드를 대표하는 세 학교 헬싱키 공과대학·경영대학·예술디자인대학을 통합한 ‘알토대학’이 문을 열었다. 그간 일부 수업을 연계해 함께 연구를 진행해 왔지만 수업이 아닌 학교 차원의 통합을 한 것이다. 디자인팩토리·미디어팩토리·서비스팩토리 등 실험실을 운영해 세 분야가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만나는 것은 사회 전 분야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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