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학법 통과 땐 폐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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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학법인연합회 등 9개 사학재단 모임 대표들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열린우리당사 앞에서 ‘사립학교법이 정부 여당안 대로 개정될 경우 내년부터 학교를 폐쇄하겠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조선일보 제공]

열린우리당이 확정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해 사학 단체들이 '학교 자진 폐쇄'까지 내걸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용기 한국사학법인연합회장, 김윤수 대한사립중고교 회장 등 사학 단체 대표들은 19일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자진해 학교를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간담회에서 "사학설립자들은 설립 당시 인사권.재정권.감사권 등 건학 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권을 법률적으로 보장했기 때문에 사재를 털어 사학을 설립했던 것"이라며 "정부가 이를 박탈함으로써 신뢰와 약속을 어긴 만큼 국가에 출연재산에 대한 배상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배상받은 재원으로 차라리 장학법인이나 학술재단을 설립할 것"이라며 "사학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건학정신의 실현이 불가능하고 자유민주주의 가치가 존중될 수 없는 학교라면 없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도 청구할 방침이다.

사학들은 사립학교법 개정안 중 ▶개방형 이사 제도 도입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기구화 ▶교수회.학부모회의 법제화 등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개방형 이사제는 전교조가 요구했던 공익이사제를 말만 바꾼 것"이라며 "학교법인과 교원은 법적으로 임용권자와 피임용권자의 관계로 피임용권자인 교원이 임용권자인 학교법인의 경영권을 공유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또 "학교운영위원회를 심의기구화하고 교사(수)회.학부모회.학생회.직원회를 모두 법제화하면 학교 현장은 정치판.난장판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민주적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사학 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는 논평을 내고 "사립재단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국민을 협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단체는 "학교는 장사가 잘 되면 문을 열고, 장사가 안 되면 문을 닫는 구멍가게가 아니며, 교육기관으로서 그런 기본 자질도 갖추지 못한 학교라면 차라리 정부가 인수하는 것이 공교육의 취지에 맞다"고 주장했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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