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철탑에 가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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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전남 화순 고인돌군 인근에 건립 중인 대형 변전소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예총 ·광주미술인공동체 ·광주민예총 ·화순고인돌군세계유산 모니터 등 문화예술계 인사 4백95명은 17일 산업자원부 ·문화재청 등에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있는 자연경관을 해친다”며 신(新) 화순변전소의 공사중지를 요청하는 건의서를 냈다.

신 화순변전소(용량 3백45㎸)는 화순군 춘양면 대신리 3만여평에 1999년 12월 착공,현재 60%의 공사가 이뤄졌고 6월 완공 예정이다.

한전은 부족한 전력공급을 충당하기 위해 95년께부터 사업을 추진,기존 송전선로 위치 등을 감안해 현 부지를 선정했다.

화순군 춘향면 대신리와 도곡면 효산리 66만3천평이 국가사적지(고인돌군)로 지정된 것은 98년으로,한전측은 변전소 인근에 고인돌이 집중 분포된 것을 알지 못했다.

이 변전소는 송전선로가 4개로,고인돌군 사적지와 5백m 이내의 거리에 송전 철탑 11개를 건설 중이다.

고인돌군을 조망하기에 좋은 산등성이에서 내려다 볼 경우 철탑 수십개와 변전소가 시야를 가린다.

화순 고인돌 모니터인 김영만(51 ·판화가)씨는 “세계문화유산 바로 곁에다 대형 변전소를 짓는 것은 넌센스”라며 “변전소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전 광주전력처는 “변전소를 새로 짓는 데 6∼7년이 걸려 공사를 중지하면 당장 광주 ·전남지역 전력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사업비 3천6백억원 가운데 2천억원이 집행됐기 때문에 변전소 이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광주전력처 관계자는 “송전철탑 건립과 관련해 문화재청에 현상변경 허가신청을 해놓은 상태다”며 “일부 철탑의 위치를 변경하고 최대한 자연친화적으로 공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순=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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