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속선이 비행기 눌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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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부산~일본 후쿠오카를 오가는 시속 83㎞의 초고속 여객선(쾌속선.사진)이 승객 유치에서 항공기를 눌렀다. 요금이 저렴하고 운항 횟수가 많을 뿐 아니라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는 등 경쟁력에서 항공기보다 낫기 때문이다. 이 구간을 오가는 항공기는 수지를 맞추지 못해 운항을 중단하거나 횟수를 줄였다.

◆항공기 제친 여객선=1991년 첫 취항한 부산~후쿠오카 쾌속선의 이용객은 2001년 28만1000명에서 해마다 20% 이상 늘어 올해는 57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승객은 일본 규슈 지역으로 여행 가는 한국인과 규슈 지역에서 부산에 오는 일본인 관광객이 대부분이다. 220명이 탈 수 있는 이 쾌속선의 이용객이 늘면서 부산과 후쿠오카 관광업계 등이 쾌속선 특수를 맞고 있다.

한국 측 운항선사인 미래고속은 2000년 부산~후쿠오카 여객 수송 비율이 초고속선 45%, 항공기 37%로 선박이 앞서기 시작해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일본항공은 쾌속선에 손님을 빼앗겨 이 노선의 적자가 계속되자 2001년 3월 두 지역간 운항을 중단해 버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부터 매일 운항에서 주 2~3회로 운항 횟수를 줄였다.

◆왜 많이 타나=우선 운항 횟수가 많아 이용이 편리하다. 비행기가 하루 1회꼴밖에 운항하지 않는 데 반해 쾌속선은 여름철엔 하루 9회 왕복 운항한다. 요즘은 주중 5회, 주말 7회 다닌다. 예약하지 않고도 출발 30분 전 부두에 도착하면 이용할 수 있고, 항공기에 비해 기다리는 시간이 짧은 것도 장점이다. 요금(편도 8만5000원)도 항공기(편도 15만9000~17만7100원)에 비해 싸다.

?쾌속선=이 배는 미국 보잉사에서 제작한 제트엔진을 장착해 제트포일(jetfoil) 여객선으로 불린다. 평균 시속 45노트(83㎞)로 질주, 부산과 후쿠오카(280㎞)를 2시간55분에 주파한다. 앞과 옆에 달린 날개가 운항 중엔 물밑으로 내려가면서 배를 수면 위 3m까지 들어올려 웬만한 파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승선감이 좋아 멀미를 거의 하지 않는 이유다.

부산=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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