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세계 제과경연대회 참가 김무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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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시간이 지나면 형체가 사라지는 게 안타깝지만 그게 얼음조각의 매력입니다."

오는 21~22일 프랑스 리옹에서 열리는 세계 제과경연대회 얼음조각 부문에 한국대표로 참가하는 신라호텔 연회팀 김무조(金武祚.39)씨.

그는 덴마크.오스트리아 등 18개국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 단체전에 초콜렛 공예를 하는 우원석(35)씨, 설탕 공예를 하는 최두리(46)씨와 한 조를 이뤄 출전한다.

지난해 11월 열린 한국 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해 대회 참석권을 따낸 그는 13년간 얼음조각을 해왔다.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한 뒤 1988년 신라호텔에 입사, 서울올림픽 때 호텔의 얼음조각 작업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줄곧 얼음조각을 해오고 있다.

마음 속으로 수십 번씩 밑그림을 그리고 작업에 들어가는 그가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작품은 지난 90년 호텔 뒷뜰에 만들었던 높이 7m의 대형 다보탑. 넓이 50㎝.높이 1m.폭 25㎝ 짜리 얼음 1백50여장을 쌓은 것으로 세명이 꼬박 일주일 걸려 만들었다.

"규모가 큰 데다 겨울 내내 녹지 않아 무척 행복했었다" 고 회고하는 그의 얼굴엔 미소가 감돌았다.

영하 8도의 냉동고 안에서 작업하다보니 평소에도 손가락이 딱딱하게 굳어 있지만 "뽀얀 가루 사이로 얼음조각이 매혹적인 자태를 드러낼 때 느끼는 희열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고 그는 강조했다.

99년 방한한 마이클 잭슨이 金씨가 만든 자신의 얼음 전신상을 보고 감동한 나머지 석고로 떠가려 했을 정도로 그의 실력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그는 17일 프랑스로 떠나기에 앞서 "승패보다는 세계 최고의 얼음조각가들과 만나 실력을 겨룰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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