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죄 확대적용땐 죄형법정주의 어긋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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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형법상 내란죄로 보안법의 폐지 조항을 모두 대체하기에는 법 적용에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범죄와 형벌을 미리 법률로 정해야 하는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집회를 개최해 인공기를 흔드는 등의 행동을 하는 경우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내란이 전제된 선전선동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보안법상 간첩죄와 찬양고무, 회합통신에 해당하는 행위도 혐의의 경중(輕重)에 따라 내란 예비 음모죄를 선별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열린우리당의 방안처럼 내란죄를 여기저기에 끌어들여 형사 처벌의 잣대로 삼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밝혔다. 내란죄는 '국토의 일부를 무력으로 점거'하거나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등'의 지극히 극단적인 행위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내란죄는 법률이 정하는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적용한 예가 손에 꼽힌다"면서 "보안법 위반 사범에 고무줄 늘이듯 가져다 붙이는 것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내란죄가 적용된 경우는 1980년 신군부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내란 음모죄로 기소한 것을 비롯, 71년 서울대 내란음모사건과 97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수괴죄 적용 등이 대표적이다.

박준선 변호사는 "인권 보호 취지로 보안법을 폐지하면서 처벌이 훨씬 더 무거운 내란죄를 마구잡이로 적용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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