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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군부대 성희롱을 막자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육군 金모소장이 부하인 여군장교를 성추행한 혐의로 보직을 해임당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아직 중앙징계위원회의 최종결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사단장 공관과 집무실 등에서 9~10차례 성추행한 사실이 군단 검찰부의 확인차원 조사에서 밝혀졌다고 하니 혐의에서 벗어나긴 어려울 듯하다.

사단장급 고위 지휘관을 길러내자면 국가는 막대한 비용을 들이게 된다. 피해자인 여군장교도 검찰부에 고소한 다음날 "이런 사실을 공개한 것으로 충분하며 형사처벌은 원치 않는다" 며 취소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처럼 강력한 조치를 내린 것을 우리는 일벌백계(一罰百戒)의 의미로 이해한다.

여성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군대가 남성만의 조직사회였던 때는 이미 지났다. 철옹성 같던 사관학교의 '금녀의 벽' 도 허물어졌고 직업으로 군인을 선호하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여군은 이미 2천3백여명이나 되며 증가속도도 빠르다. 사회적으로도 '남녀차별 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 을 시행한 지 반년이 지났다. 그러나 정작 군대 내에서는 달라진 변화를 수용하고 대처하는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

'남녀차별금지법' 은 성희롱 예방교육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여성특별위원회로부터 직접 교육을 받은 이들은 국정원 국장급과 3급 이상 고위 공직자에 불과하다.

교육내용의 질은 차치하고 1999년 지방자치단체와 중앙부처에서 성희롱 예방교육을 1년에 한번 이상 실시한 곳이 93%나 됐다지만 군대는 오불관언(吾不關焉)이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피해자인 여군장교는 물론 가해자인 金소장도 조직문화의 피해자인 셈이다.

많은 남성들은 성폭력과 달리 성희롱에 대해서는 "어디까지 괜찮고 어디까지 안된다는 것이냐" 며 혼란스러워한다.

따라서 이런 불행한 사건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군대는 우선 고위 지휘관들에 대한 성희롱 예방교육부터 실시해야 한다. 동시에 감시와 상담을 겸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노동부의 '명예고용평등감독관제' 는 참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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