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알고 읽으면 더 유익] 상. 제작과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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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우리는 무심코 하루 세끼 밥을 먹는다.식사를 이렇게 하면 밥맛을 모른다.그러나 식단에 오른 메뉴가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게 되면 맛을 느낄 수 있다.

신문도 마찬가지다.제작 과정 등을 알고 읽으면 더 유익하고 재미가 있다.조간신문인 중앙일보를 기준으로 제작 과정 등을 두 차례로 나눠 알아본다.

◇편집국의 오전=10시 20분.편집국장은 매일 아침 이 시간이면 부장단(데스크진)회의를 소집한다.장소는 3층 편집국 대회의실.시사만화를 그리는 화백과 부국장단도 참석한다.회의에서는 부장들이 그날 신문에 실을 기사 메뉴를 돌아가며 보고한다.

편집국장은 부장들이 구상한 지면 계획을 들은 뒤 주요면에 들어갈 기사를 정한다.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부장에게 보충 취재를 지시하기도 한다.

회의 참석 전에 부장은 취재 기자들이 출입처에서 노트북 PC로 온라인을 통해 보내온 예정 기사를 중요도 순으로 정리한다.

취재 기자들은 내근 당직자를 빼고는 대개 출입처에 나가 있다.출근 시간은 오전 9시 안팎.

회의가 끝나면 부장은 해당 지면 계획을 구체적으로 짠 뒤 일선 기자들에게 컴퓨터 메시지나 전화로 취재 주문을 한다.

이렇게 하면 오전의 주요 일정은 끝난다.오전 11시 20분 조금 넘은 때다.

부장들은 한숨 돌리고 지면을 어떻게 하면 더 잘 꾸밀까 궁리한다.

그러나 부장의 취재 지시를 받은 일선 기자들은 이 때부터 바빠진다.기사를 작성을 위해 보강 취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사실을 더 확인하려고 취재원을 만나거나 전화통에 매달린다.마감 시간인 오후 4∼5시까지는 완성된 기사를 소속 부서로 보내야 한다.

낮 12시.당직자를 빼고 대다수 내근 기자들이 점심을 먹으러 나가고 없다.6백여평 되는 편집국이 텅 빈다.

◇편집국의 오후=2시.편집국장이 다시 부장단 회의를 소집한다.추가된 기사 메뉴를 보고 받고 주요면에 들어갈 기사를 확정하는 자리다.

회의 전 각 부장들은 취재 기자들이 새로 올린 기사 메모를 정리한다.또 석간 신문이나 통신·TV 뉴스를 보며 아침 회의 때 보고된 기사 메뉴가 어떻게 처리됐는지,특종 기사는 없는지 챙긴다.

편집국장은 새로 들어갈 기사와 아침 회의 때 보고된 내용에 대한 변동 사항을 묻는다.1면부터 주요면의 머릿기사를 정하고 별다른 일이 없으면 10∼20분만에 회의를 마친다.

이제 지면 제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간.부장은 기사의 함량을 따져 해당 지면의 머릿기사·중간 등 등급을 매긴다.

2시 30분,3시,3시 30분….시간이 갈수록 편집국의 긴장도는 높아진다.

일선 기자들이 작성해 본사로 보낸 기사들이 집배신 단말기에 쌓이기 시작한다.부장의 손길이 바빠진다.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기사를 손질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장이 고친 온라인 상의 기사는 ‘출고’라는 명령어를 클릭하면 파일 형태로 지면 제작을 담당하는 편집부로 전송된다.

편집부는 모니터로 기사를 보며 제목을 단다.또 그날의 기사와 사진·그래픽 원고를 보고 전체적인 지면 모양 내기(레이아웃)를 구상한다.

“아직도 안 보내면 어떡해” “이거 어떻게 된 거야.뭐가 맞는 거야”….

편집국 곳곳에서 부장들의 이런 목소리가 들릴 때가 4시 무렵.마감 시간이 다 되가는 데 예고된 기사가 들어오지 않거나 기사를 손질하며 의심스런 데가 있을 때 수화기를 붙들고 하는 얘기다.

5시 기사 마감 시간.출고 부서 부장과 기자가 출고를 완료하고 숨을 돌린다.

그러나 편집부 기자들은 이 시간부터 피가 마른다.한꺼번에 몰려든 기사마다 적합한 제목을 달고 기사와 사진 등을 배치하는 작업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머리를 싸매고 단 기사의 제목을 편집부장에게 보인다.편집부장의 손을 거치며 제목이 다듬어진다.편집자는 제목을 달기 전에 기사를 교열부로 송고한다.

다음은 조판.한층 위로 올라가 판을 짜야 한다.교열을 마친 기사와 제목·사진·그래픽 자료를 조판기에서 불러내 신문 지면 형태로 배치하는 작업이다.

5시 30분 전후.편집부 각 면의 담당자들이 만든 지면을 인쇄해 편집부장과 편집국장에게 보이고 고칠 것을 고친다.다음에 조판 담당자에게 ‘강판’이라고 지시하면 편집국의 일은 끝난다.이 때가 6시 무렵이다.

모든 지면의 강판이 끝나면 지면마다 필름 형태로 윤전부로 넘어가고 곧이어 윤전기가 돌아간다.20여분 뒤 한쪽 라인에서 신문이 쏟아져 나온다.이른바 가판(10판)용 신문이다.

6시 30분쯤 인쇄된 신문이 편집국 각 부서에 배포된다.

신문이 배달되면 오·탈자는 없는지 제목이 제대로 됐는지 보기 위해 잠시 후 부장단 회의가 다시 한번 열린다.기자들도 이 시간이면 출입처에서 돌아와 신문을 살핀다.

30분쯤 뒤 타사의 조간이 배달된다.편집국장은 다른 신문과 비교해 뺄 기사는 빼고 추가할 것은 추가하도록 부장들에게 지시한다.

7시 30분.편집국의 하루 일과가 끝나고 기자들은 취재원을 만나거나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편집국의 밤= 큰 사건·사고는 특히 한밤중에 많이 일어난다.이를 지면에 반영하기 위해 각 부서에는 항상 당직 기자가 남는다.지면 제작을 담당하는 편집부도 마찬가지다.야간 국장은 데스크진이 돌아가며 맡는다.

당직 기자들은 서울 시내에 배달되는 최종판 신문(43판-신문의 판수에 대한 설명은 하편에서 하기로 한다)의 인쇄가 끝나는 다음날 새벽 3시까지 남아 해당 부서의 기사를 챙긴다.특히 사회부와 국제부 당직자는 밤을 꼬박 새고 이튿날 아침 당직자와 교대한다.

결국 편집국의 근무는 끊이지 않는 셈이다.

이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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