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트홀' 소형공연장 장점 살릴 기획 있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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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도쿄(東京)긴자(銀座)에는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과 실내악단이 즐겨 찾는 3백15석짜리 오지홀이 있다. 오지(新王子)제지 본사 빌딩 현관은 저녁이 되면 오지홀 로비로 탈바꿈한다.식음료 시설과 매표소는 1층 로비에 있고, 무대와 객석은 2층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 6일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독주회로 일반에 공개된 서울 광화문 금호빌딩 3층의 금호아트홀을 보면서 문득 오지홀이 떠올랐다.대기업 사옥에 들어선 것이나 객석수(3백15석),교통이 편리한 도심에 있다는 점이 같기 때문이다.대관공연보다 자체 기획공연에 치중하는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금호아트홀은 빌딩 3층에 있어 노약자들이 계단을 이용하기에 불편하고 매표소 ·식음료 시설 ·화장실 ·객석 출입구가 비좁은 로비에 몰려있어 혼잡하다. 같은 층에 있는 넓은 리셉션홀 겸 갤러리와 대조를 이룬다.

객석도 앞쪽은 경사도 없는데다 지그재그로 좌석을 배치하지 않아 앞사람 머리에 가려 시야가 좁다.

무대는 12명 내외의 실내악단까지 한꺼번에 오를 수 있는 규모다. 음향은 별로 나무랄 데 없을만큼 좋은 편이다.

하지만 잔향시간이 1.2초로 다소 짧고 무대의 소리가 객석으로 파고드는 전달효과는 크지만 천정이 낮고 불필요한 거친 소음을 걸러내는 여과장치가 아쉽다.

첫날 기획공연에서 피아니스트 김영호 ·첼리스트 양성원 ·비올리스트 최은식씨가 함께 출연해‘강동석과 친구들’같은 프로그램을 선보인 것에서도 기획 부재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친절한 곡목해설을 담은 프로그램도 제작하지 않은 것도 옥의 티였다.

금호문화재단측은 사간동에 있는 금호갤러리 건물을 매각하고 이곳 3층에서 매주 화 ·목 ·금요일에 열리던 영재콘서트 ·영아티스트 콘서트·갤러리 콘서트를 금호아트홀로 옮겨올 계획이다.도심에 위치한 장점을 십분 살리기 위해서는 평일 공연은 오후 7시, 주말 공연은 오후 2시나 3시로 옮겨 보면 어떨까.

토요일 오후 7시 공연은 식사 시간과 겹쳐 애매하다. 금호아트홀 토요 시리즈는 13일 권혁주 바이올린 독주회,20일 데이비드 바이올린 독주회,27일 금호4중주단 공연으로 이어진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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