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 덮친 폭설대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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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20년 만의 기습 폭설로 7일 전국의 육.해.항공로가 마비되다시피 하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국도와 지방도 50여곳의 교통이 완전 통제됐으며, 주요 고속도로도 평소보다 3배 이상이 걸리는 등 교통대란이 빚어졌다.

이 때문에 오후부터 경부.호남.영동고속도로의 고속버스 운행이 중단됐다.

눈길 사고도 잇따랐으며 시민들은 외출을 자제해 시내 백화점.극장 등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8일에는 최악의 출근전쟁이 예상된다.

◇고속도로〓평소 5~6시간 거리인 부산~서울이 고속버스로 18시간 이상 걸린 것을 비롯해 대전~서울 5시간(평소 2시간) 등 극심한 지체현상을 보였다.

특히 경부고속도로 추풍령은 66년만의 폭설을 기록, 봉산~황간 15㎞구간 상.하행선이 빙판길을 이루면서 오후부터 차량이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

이 때문에 대구를 출발한 고속버스 50여대 가운데 10여대 가량이 회차하는 등 부산.대구~서울 등의 고속버스 운행이 중단됐다. 강릉.광주.전주에서도 오후 2시 이후 고속버스 운행이 끊겼다.

88고속도로는 경남 합천터널 오르막길 3㎞가 빙판으로 변해 합천~함양간 차량통행이 마비됐다.

영동고속도로에서는 오후 4시쯤부터 귀경 행락차량들이 대관령을 넘지 못해 수백대가 강릉시내까지 늘어서는 사태가 빚어졌다.

◇ 김포공항〓국내선 1백91편 중 1백70여편이 무더기로 결항됐다. 국제선도 서울~후쿠오카(福岡) 등 7~8편을 제외하곤 오후 늦게까지 편당 평균 6시간 이상씩 지연 이륙하다 밤부터는 거의 모든 노선에서 결항됐다. 국제선 착륙도 오후 4시30분부터 금지됐다.

그러나 일부 항공사는 즉시 환불하지 않고 수시간씩 기다리게 해 승객들의 거친 항의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 사고〓강원도 동해시 두타산 등반에 나섰던 서울 자유인산악회 회원 17명이 폭설로 조난당했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에 의해 8시간 만에 구조됐다.

또 이날 오전 9시30분쯤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도원1리 군도에서 이스타나 승합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8m 낭떠러지로 떨어져 이기자(66.여.서울 구로구 고척동)씨가 숨졌다.

◇ 시민 불편〓도로가 빙판으로 바뀌자 시민들은 약속을 취소하는 등 외출을 자제했다.

서울시내 주요 호텔과 예식장에서는 지방에서 하객들이 지각하거나 아예 오지 못해 결혼식이 몇시간씩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서울시내 백화점과 주요 극장도 손님이 줄어 울상을 지었다. 한국영화 '자카르타' 로 주말이면 매진사태를 빚던 명보극장은 오후 3시 상영 때 전체 좌석 4백94석 중 1백38석만이 차는 등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 농작물 피해〓충남 천안시 풍세면 가송리 가재홍(52)씨의 양계장 지붕이 주저앉으면서 닭 6천마리가 폐사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비닐하우스와 축사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오후 1시쯤 서울 농산물도매시장에서는 채소동(5천8백평)의 천막지붕이 폭설로 무너지면서 전자경매시스템 일부가 고장나 수의거래를 하는 등 혼란을 빚었다.

◇ 출근전쟁〓7일 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데다 8일 오전까지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돼 8일 아침 최악의 출근 전쟁이 우려된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지하철로 몰릴 것에 대비, 출근시간대 배차간격을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한시간 늘리기로 했다.

사회부.전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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