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리뷰] '꿈의 도시 꾸리찌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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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환경친화적.생태적이란 단어는 새로 건설되는 아파트에서부터 일반 상품에까지 가장 인기있는 수식어로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들여다보면 왜 환경친화적.생태적이란 수식어를 썼는지 의심스러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이름도 생소한 브라질의 한 지방도시 쿠리티바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진정한 의미의 환경친화적.생태도시, '꿈의 도시' 로 발전돼 왔는지를 자세히 전해준다.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 환경보호운동가 등으로 활동해온 저자가 묘사한 꾸리찌바(표기법은 쿠리티바)시의 사례는 우리들이 어떤 도시를 꿈꾸어야 할 것인가 새롭게 제시해 준다.

1인당 소득 5천8백69달러, 인구 1백70만의 쿠리티바시는 1995년 로마클럽이 선정한 세계 12개 모범도시 중 하나로 유엔 인간정주회의의 도시발전 대표사례로 주목 받아 왔다.

대전만한 크기의 브라질 지방도시가 이렇게 꿈의 도시로 세계의 이목을 끌기까지 30여년에 걸쳐 시공무원.계획가.시민들의 노력이 어떻게 펼쳐졌는지 묘사하는 데 이 책은 성공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국가나 도시나 도약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특별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쿠리티바의 시장을 지내고, 현재는 피라나주의 주지사인 자이메 레르네르에 대한 소개를 통해 강조하고 있다.

쿠리티바시는 선진국의 개발형태가 브라질 지방도시에는 맞지 않는다고 확신한 레르네르 시장의 철학을 통해 저비용, 단순과 검소, 속도 있는 행정체계를 갖춘 생태도시로 변신했다.

1인당 약 16평으로 선진국 도시보다도 넓은 녹지면적, 버스전용도로와 원통형 정류장 등을 통해 지하철 건설.유지비용의 2백분의1로 지하철 이상의 승객 수송을 가능케 한 교통대책, 재활용품을 이용한 각종 교육.문화시설의 건설, 시 당국이 기술력을 제공하고 시민들 스스로 자조적인 방법을 통해 이루어지는 빈민촌 주택개량…. 이런 모든 사례들은 창조적 방법을 통한 저비용의 환경친화적인 도시개발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자본을 대체하는 노동집약적인 방법의 도시개발이 우리의 경우에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는 다시 생각해볼 과제지만, 이 책은 그동안 지하철.고속도로의 건설과 대규모 재개발사업이 도시의 발전이라고 믿어온 우리들을 멈추어서서 되돌아보게 만들어 준다.

특히 도시계획이나 지방행정에 종사하는 공무원.계획가들을 위한 읽을거리로 훌륭하다.

신혜경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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