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동반 우승 모태범·이상화 초등교 동기동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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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이상화(21)·모태범(21) 선수의 ‘신화’는 서울 장안동에 있는 은석초등학교에서 시작됐다.

두 선수 모두 초등학교 1학년인 1996년 이 학교의 빙상부에서 처음 스케이트를 신었다. 17일 은석초등교는 축제 분위기였다. 교직원들은 이 학교의 독특한 교풍(校風)이 두 명의 영웅을 만들어 낸 자양분이 됐다고 보고 있다. 김한기 교장은 “60년대부터 공부 외에 운동·음악·글짓기·그림 등 예체능 활동을 적극 지원한 전통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선수와 모 선수가 가입한 빙상부의 역사는 60년대 중반 고 한인현(1921~69년)씨가 교장으로 재임할 때 시작했다. 당시 은석초등교 빙상부에는 20~30명의 학생이 활동했다. 스케이트를 타면서 군무를 펼치는 ‘그룹 피겨’로 이름을 날렸다. 72년 일본 삿포로 겨울올림픽 개막행사 때는 그룹 피겨단이 참여하기도 했다고 한다. 두 금메달리스트도 이 학교 빙상부 시절 학교의 오랜 명성을 전해 들으며 꿈을 키웠다.

한 전 교장은 빙상을 학생들의 필수 교육 과정으로 정했다. 그는 직접 학생들과 함께 스케이트를 타며 가르쳤다. 한 전 교장의 빙상과 예체능 활동에 대한 열정은 제자들과 그 후배들의 마음속에 전해졌다. 김한기 교장은 “우리는 학교에 흘러 내려온 빙상과의 인연이 이번 스피드 스케이팅 500m 남녀 석권의 쾌거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지금도 이 학교는 전교생이 1학년 때부터 매년 일주일간 빙상 교육을 받는다.

이런 전통을 만든 한 전 교장은 “엄마가 섬그늘에…”로 시작하는 동요 ‘섬집 아이’의 작사가이기도 하다. 이 학교 양현진 교감은 “스케이팅 선수를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학교가 아닌데도 학생들의 ‘1인 1특기’를 추구한 게 성과를 낸 것 같아 벅찬 감동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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