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중권대표 송년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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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 김중권 대표와의 송년 인터뷰는 29일 청와대 주례보고 직후 그의 서울 서대문 임광빌딩 변호사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인터뷰는 박보균(朴普均)정치부장이 했다.

- 지금의 경제위기론과 민심 불만은 시장의 불신과 연결돼 있습니다. 구조조정을 하면서 생산적 복지를 동시에 강조하는 국정운영의 우선순위 선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경제위기라 하는 건 대내외 요인 때문입니다. 해외증시가 폭락하고 유가도 올랐습니다. 대내적으론 구조조정을 제대로 못해 어려움이 왔습니다. 국민들은 개혁은 좋아하지만 방향이 자기에게 쏠릴 땐 반대합니다. 그래서 총체적으로 정권의 인기가 떨어졌다고 봅니다. 정부가 구조조정을 강조하면 필연적으로 사람을 줄이는 건데 그러면 실직자가 늘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사회안전망으로 구제해야 합니다. 다만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있어 혼선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 혼선이 국민들에게 불안을 줬다고 봅니다."

- 낙관적인 경제전망에 안주했다는 여론 비판을 받은 현 경제팀을 당에선 어떻게 평가합니까.

"정부 정책을 입안하고 선보일 땐 지나친 장밋빛은 안되지만 정부.여당은 자신감을 갖고 국정을 주도해야 합니다. 안되는 일을 되는 척하는 게 아니라 미래의 희망을 보이는 게 참으로 필요합니다."

- 대표 취임후 강조해온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와 공조회복은 어느 수준까지 됐습니까.

"국민의 정부는 양당을 축으로 탄생했습니다. 양당 노력으로 IMF 위기국면도 탈출했고 전반기 개혁도 추진했습니다. 지난 4.13 총선을 전후해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중선거구제.정당명부제 등에 있어 그쪽 지도부와 우리가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자민련에 사정이 있거나 총선 선거전략인지 모르나 양당간 공조에 틈이 생긴 것처럼 보여 정국불안을 가속화한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지난번 金명예총재를 만났을 때 '이 정권이 잘돼야 하는 것 아닙니까' 라고 했고, 그분도 '잘되게 하기 위해 서로 협조하자' 고 하셨습니다. 이 정도면 DJP공조가 확실해진 증거가 아닌가요. "

- 혹시 정치인 입각문제라든지와 관련해 JP와 이면합의는 없었습니까.

"그건 전혀 없었습니다. 말을 꺼내본 일도 없고 필요성도 없었습니다."

- 그러면 합당도 필요없다는 의미인가요. 오히려 확실히 해야 정치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게 여권 일각의 주장입니다.

"우리의 급선무는 공조를 통한 원만한 국정운영입니다. 공조가 잘되면 합당절차는 불필요합니다. 양당의 정강.정책문제로 가면 합당 반대론자가 생길 것이고 새로운 격론이 되면 도움이 안됩니다. 정국안정을 위해서라도 새 불씨를 지필 필요는 없습니다. 합당의 필요성은 별로 없어졌다고 봅니다."

- 야당인 한나라당과의 관계도 정치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관계 재설정의 필요는 없나요.

"정치가 변하려면 여야간 상생의 정치가 필요합니다. 야당은 집권을 목표로 한 잠재적 여당, 예비여당입니다. 정책 일관성과 책임있는 정치를 내보이면 우리는 언제든 수용하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마음을 활짝 열고 허심탄회하게 여야관계를 새롭게 정리할 마음이 있습니다."

-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초당적 협조를 언급하셨는데요. 경제 회복을 위해 정쟁(政爭)중단 선언을 제의할 생각은 없나요.

"야당총재께서 그런 시각을 가졌다면 다행입니다. 경제뿐 아니라 정치도 맑아지고 건전해져야 합니다. 여야가 상대를 인정하는 정치를 해야 합니다. 그런 뜻의 정쟁 중단선언이라면 백번 찬성하고 환영합니다."

- 대통령이 비판받는 것 중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인사불만이 큽니다. 이와 관련해 며칠 전 대통령이 큰 결심을 언급한 게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비서실장 시절 보면 동서화합은 그분 신앙입니다.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호남이나 특정지역 인사편중은 고쳐야 합니다. 그에 대해 대통령께서 고칠 각오가 있을 것입니다."

- 개헌문제가 정치권에서 자꾸 제기되고 있고 金대표도 중임제 개헌을 얘기했는데요.

"제가 8.30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된 뒤 전국에 인사하러 다니면서 평소의 지론으로 동서화합을 위해 중선거구제와 정.부통령제를 얘기했습니다. 그게 논쟁을 유발했다면 유감입니다. 개헌은 지금 때가 아닙니다. 또 현실성도 없습니다. 어느 정당도 과반수 확보를 못했는데 개헌을 위해선 3분의2 이상 국회 의석이 필요합니다. 다만 정.부통령제는 다음 대선 때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국민 심판을 받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대통령 임기 중에는 할 수 없습니다."

- 그러나 정계개편론은 여전히 정치권에 남아 있습니다.

"개헌논쟁하고 정계개편으로 가면 혼란이 옵니다. 우리 정부가 중하반기 넘어섰는데 DJP공조가 확고하면 다른 생각은 할 필요 없습니다. 정계 어려움 부를 일을 여당이 할 까닭이 없습니다."

- 당 개편 때 동교동계를 퇴진시키고 당의 이미지를 바꿨는데요. 그러다보니 당 장악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당내에 있습니다. 대통령의 인사실험과 金대표가 주장하는 '강한 여당' 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습니까.

"실험이 아니고 대통령께서 김중권에게 맡기면 살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제가 대표 됐을 때 일부 반발이 있었으나 그리 강한 것은 아닙니다. 제가 주장하는 강한 여당은 권위주의체제 아래에서 타협없는 리더십이 아닙니다. 비서실장을 지냈다고 대통령 지시를 일방적으로 받는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잘 아는 제가 총재 생각을 민주적인 방식으로 당에 이입해 나갈 것입니다. 강한 여당이란 그것을 의미합니다."

- 동교동계 당료들의 내부불만이나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의 2선후퇴 등은 앞으로 어떻게 처리해 나가실 건가요.

"그분의 결단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런 결단이 그분과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에게도 있을 겁니다."

-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 등 최고위원 중에서 차기문제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습니다. 차기문제를 마냥 덮어서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데요.

"대통령께서 2002년 1월을 경선시기로 말했습니다. 지금은 경제 살리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이게 제1 과제입니다. 과제의 중요성을 감안해 본인 행보에 대해 그분들이 더 잘 알 것이라고 봅니다. 경제가 진정되고 국민 고통이 줄어드는 기회가 되면 자연스럽게 경쟁하는 모습이 나올 것이고 탓할 이유도 없습니다. 정당은 기본적으로 인물을 배양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직은 아닙니다."

- 차기 대선에 대한 본인의 도전문제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

"대표가 되니 상승효과를 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당 대표로 이 당을 안정시키고 안정된 힘으로 정국을 안정시킬 사명을 가지고 있어 다른 곳에 신경쓸 여유가 없습니다. 9룡.10룡 하는데 나는 용에서 빼달라고 말했습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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