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 투자, 중국 장쑤성 강철공장 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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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중국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화동(華東)지역에 최근 한국 기업의 진출이 눈에 띠게 많아졌다.

포항제철이 투자한 포항불수강유한공사는 이곳을 무대로 현지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상하이에서 서쪽으로 1백50㎞ 떨어진 장쑤성 장가(張家)항 포항불수강유한공사 전용 포사강철 부두. 도도한 창장강(揚子江)을 따라 바지선 등 화물선들이 쉴 새 없이 오르내렸다.

불수강(不銹鋼)은 '녹슬지 않는 철' 스테인리스 스틸에 해당하는 중국말. 1999년 1월 준공한 포항불수강은 스테인리스 냉연강판 생산공장으로 가동 첫 해에 3백56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적자가 불가피하다던 예상은 빗나갔다. 인접한 아연도금 공장은 이에 앞서 98년 5월 준공, 99년 1백84만달러의 순이익을 냈다.

이를 바탕으로 99년 지분율이 각각 20%와 10%인 합작 파트너 사강집단에 총 41만달러의 이익을 배당했다.

<26일 발행 이코노미스트 참조>

포항제철은 총 2억5천만달러를 투자한 이 두 공장을 합병하는 구조조정을 올해 실시했다.

합병한 새 법인 장가항포항불수강유한공사의 정길수 대표(총경리)는 2001년 1분기 중 중앙 정부의 비준 등 합병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병 법인의 올해 추정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1백30% 많은 1천2백45만달러다. 불수강공장에 들어서면 한가운데 '품질제일 백년대계' 라고 써 있다.

아연 도금공장 채희명 창장은 "품질은 '한국식 중국어' " 라고 말했다. 품질에 해당하는 중국어는 질량(質量)이다.

"메이콴시(상관없다). 우리 공장 직원들은 품질이라고 해도 다 통합니다."

중국 현지화의 애로 중 하나는 언어 장벽이다. 이 회사엔 정대표가 사용을 금지한 몇 가지 금기어가 있다.

"큰 차이가 없다" (차부뚜어.差不多)

"금방" (마상.馬上)

"기본적으로 문제가 없다" 는 중국어 표현이 그것이다.

"중국 사람들은 웬만한 차이는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은 실은 문제가 있다는 뜻이구요. "

채창장은 "마상이라는 말이 다섯 시간에서 길게는 5년을 가리킬 때도 있다" 고 귀띔했다.

이 회사는 상하이 남쪽 영파에 있는 스테인리스강 업체 보신과 분기마다 기술교류를 하고 있다.

보신은 중국의 바오산철강과 일본계 일신이 합작해 설립한 회사다. 아직까지는 보신이 포항불수강으로부터 기술을 배워 가고 있다.

가격도 포철 것이 더 비싸다. 포철 제품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태원의 제품보다 비싸게 팔린다.

반면 이들과의 기술격차는 하루하루 좁아지고 있다. 포철이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면 금세 따라온다.

중국 진출은 우리가 비교우위에 있는 업종.품목을 들여와 현지 파트너와 협력, 공존공영하는 모델을 추구해야 한다는 정대표는 중국의 관리들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가항의 고위 관리들은 책임감이 강하고, 휴일도 없이 일합니다. 이들이 시간을 낼 수 있는 일요일에 개업식.준공식 등이 몰리는 바람에 덩달아 일요일을 빼앗깁니다."

그는 이런 관리들이 주도하는 서부대개발이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쑤성(중국)〓이필재 이코노미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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