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산책] '키스 정학'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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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공개 장소에서 입맞춤을 했다는 이유로 정학 처분을 받은 남녀 고교생 문제가 프랑스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이라면 그런 처벌을 당연하게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프랑스는 양호실에서 여학생들에게 피임약을 지급할 정도로 개방적인 성풍조를 가진 나라다. 따라서 정학조치는 뭔가 앞뒤가 안맞는 듯하고 그래서 논란인 것이다.

논란의 주인공들은 프랑스 동부 알사스 지방의 리보빌레 고교 졸업반 학생인 셀린과 세바스티앙이다. 공개 장소에서 입맞춤을 했다는 이유로 정학 처분을 받은 남녀 고교생 문제가 프랑스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이라면 그런 처벌을 당연하게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프랑스는 양호실에서 여학생들에게 피임약을 지급할 정도로 개방적인 성풍조를 가진 나라다. 따라서 정학조치는 뭔가 앞뒤가 안맞는 듯하고 그래서 논란인 것이다.

논란의 주인공들은 프랑스 동부 알사스 지방의 리보빌레 고교 졸업반 학생인 셀린과 세바스티앙이다.

열일곱살 동갑으로 한반 급우인 이들은 올 가을 학교 식당에서 꼭 붙어 앉아 다정하게 식사를 하다 학교측의 경고를 받았다.

리보빌레 고교엔 교칙에 명시되진 않았지만 남녀 학생간 애정표현(?)을 금지하는 불문율이 있기 때문이다. 교정에서 키스를 하는 것은 물론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다.

얼마 후 이들은 학교 앞 도로에서 손을 잡고 걷다 주임교사에게 적발돼 한바탕 꾸지람을 들었다.

하지만 이들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야외수업을 받으러 가던 스쿨버스 맨 뒷자리에서 꼭 끌어안고 입맞춤을 나누다 교장의 눈에 띈 것이다.

"교정이 아니었다" 고 항변했지만 교장은 이들에게 18일 하루 정학 처분을 내렸다.

노발대발한 사람은 교장뿐만이 아니었다. 세바스티앙의 아버지는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프랑스 언론에 호소했고 자크 랑 교육부장관에게 탄원서까지 띄웠다.

그는 편지에서 "남몰래 성관계를 가지면 아무 소리 없이 피임약을 주고 떳떳하게 입맞춤을 하면 징계를 내리는 게 제대로 된 교육이냐" 고 따졌다.

리보빌레고 교장은 그러나 "수차례의 주의.경고에도 아랑곳 없이 금지된 행위를 계속하는 반사회적 행동을 처벌하는 것은 나의 의무" 라고 주장했다.

자식의 '사랑' 을 지켜주겠다는 아버지, 불문율도 룰이라는 학교 당국, 이 문제를 둘러싸고 프랑스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논란을 지켜보며 입시지옥 속에서 사랑에 빠지긴커녕 위대한 사랑 이야기가 담긴 고전 한권 읽을 시간이 없는 측은한 우리네 고교생들이 떠올랐다.

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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