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지는 DJ의 당 쇄신 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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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당 쇄신 구상이 빨라지고 있다. "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8일 "권노갑 최고위원의 사퇴 발표를 계기로 金대통령이 백지상태에서 큰 틀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고 말했다. 대선(大選)승리 3주년 행사도 생략한 金대통령이다.

金대통령은 이날 "국정 전반에 대한 쇄신계획을 내년 1월 초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겠다" 고 밝혔다(연합뉴스 인터뷰). 그러면서 "연말에 당의 전면 개편을 단행하겠다" 고 다짐했다.

당직 개편 뒤 내각.청와대의 진용을 새로 짠다는 '2단계 개편론' 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金대통령은 이번 당직 개편을 통해 국민에게 '달라진 여권' 의 이미지를 실감나게 할 것" 이라고 예고했다.

그래서 金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권력 관리의 면모를 바꾸는 구상을 가다듬고 있다고 한다. 그 출발점은 동교동계 색깔을 상당 부분 탈색하는 것으로 삼고 있다. 權위원의 사퇴는 예고편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여권 관계자는 "김영삼(金泳三)정권 시절 문제가 됐던 상도동 가신정치와 유사한 행태는 앞으론 재발하지 않을 것" 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새로운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에게 실권을 대폭 넘겨주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당3역(총장.총무.정책위의장)도 비(非)호남 출신을 우선 기용할 가능성이 크다.

金대통령은 서영훈(徐英勳)대표의 후임 인선에 비중을 두고 있다. 정치력과 자기 색깔을 가진 인물을 찾고 있다고 한다. 당3역을 고를 때도 여야 관계를 풀어나갈 순발력과 뚝심까지 감안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당내에선 '실세형 대표론' 이 급부상하고 있다. 당 고위 관계자는 "대표 기용설이 있는 김원기(金元基)고문.김중권(金重權)최고위원과 함께 제3의 인물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신임 대표가 당을 장악하고 최고위원들을 끌어나가야 대(對)야당 관계나 '무기력한 여당'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다" 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최고위원은 "金대통령은 일반 당무와 여야 관계를 대표와 최고위원에게 일임한다는 구상을 피력했다" 고 덧붙였다. 최고위원들에겐 당무 심의.건의권을 줘 정국 현안을 풀어나게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표.최고위원의 역할을 확대할 경우 정국 파행의 부담이 청와대로 넘어오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DJ당' '호남당' 이라는 비판도 약화시킬 수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金대통령은 내년에 가시화할 차기 경쟁구도와 정계개편까지 감안해 당 쇄신을 구상하는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이양수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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