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외교 중심 무대로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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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베이징(北京)이 세계 주요 외교 무대로 화려하게 부상하고 있다. 이달 들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이 속속 베이징을 방문했거나 할 예정이다.

중국과의 상호 관계를 강화하자는 움직임이다. 또한 중국 등이 주장하는 세계 질서의 다극화(多極化)에 대해 관심과 논의가 확대되는 추세다.

14일 베이징에 도착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양국 사이에 1950년대부터 문제가 돼 왔던 총연장 4300㎞의 국경 문제를 최종 매듭지었다. 90년대에 맺어진 두차례 협상의 완결판이다. 이로써 양국은 과거 갈등을 일으켰던 중요한 현안을 마무리하고 상징적인 새 협력의 시대를 열어가게 됐다.

양국은 또 이번 회담을 통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확대와 중요 국제 현안에서의 협조를 다짐했다. 다극화 질서 확립을 위해서도 함께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8일 방중한 프랑스 시라크 대통령은 대단한 선물을 받아 갔다. 프랑스제 에어버스 여객기 26대와 철도 차량.기관차 12억달러어치의 판매 계약을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그는 베이징~상하이(上海) 간 고속철도 수주를 강력하게 지원했다. 자국의 알스톰사가 독일 및 일본 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공사다. 그에 대한 답례로 시라크는 대(對)중국 무기 금수 조치의 해제를 촉구하는 발언을 했다. 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유럽연합(EU)이 중국에 취하고 있는 조치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지난 9일부터 4박5일 동안 중국을 방문했다. 후진타오 주석 등과 만나 유엔의 개혁 방안에 관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의견을 들었다.

북한 권력서열 2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18일 중국을 방문한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간 의견 조율을 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교도(共同)통신은 북한이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방북을 비공식적으로 중국에 타진해 왔다고 15일 베이징 발로 보도했다. 독일 슈뢰더 총리도 조만간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과 정상외교를 한다.

중국은 이처럼 유럽 및 러시아와의 교류를 확대하면서 다극화 질서 형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북한 및 유엔 등과 다각적으로 접촉하면서 국제 현안에 다양하게 개입하고 있는 추세다. 북핵 6자회담에 참여하는 것도 작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한 전문가는 "중국은 유럽.러시아와 협력해 국제무대에 새 질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가시화하고 있다"며 "다극화 질서를 추구하고 있는 유럽의 주요 국가와 러시아 등도 중국을 매우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럽의 주요 국가와 러시아 등이 우선적으로 중국과의 양자 관계 강화를 매우 중요한 외교 현안으로 간주하고 있는 추세라고 이 전문가는 설명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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