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패트롤] 은행합병 점점 속도 붙을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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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세밑이다. 한해를 보내면서 마무리해야 할 시점인데 정작 우리 경제는 벌여 놓은 큰일이 적지 않다. 공공.금융 개혁이 한창이다. 미루다가 집권 후반기에 시한을 정해놓고 하려니 말도 많고 저항도 거세다.

구조조정은 우리 경제가 살기 위해 가야 할 길이다. 금융 구조조정도 지금같이 그만그만한 은행이 숫자만 많아서는 장래가 없기 때문에 합쳐서 경쟁력을 키우자는 얘기다.

그러므로 서로 고통을 분담하면서 함께 구조조정의 길을 걸어야 한다. 미국은 기업들이 적자를 내는 게 아니고 경기가 조금 꺾이는 정도인데 자동차 회사를 시작으로 벌써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나섰다.

한국에서도 드디어 은행간 2차 합병의 막이 올랐다. 신한은행이 제주은행을 위탁 경영하고 장차 같은 울타리 안에 두기로 했다.

노조의 반발로 주춤하지만, 외국인 대주주와 정부의 뜻이 강하므로 국민은행과 주택은행간 합병 작업은 계속 진행될 것이다. '하나+한미' 은행의 조합도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한빛과 한 지붕(지주회사)살림을 못하겠다는 외환은행이 어떤 행보를 취할지 주목된다.

이런 상황에서 합병에 반대하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노조는 18일부터 준법투쟁을, 인원 조정에 반대하는 한국통신 노조는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에서 탈락한 LG가 금주 초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정리할 것이다. LG에 이어 하나로통신도 거취를 결정해 통신업계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는 밑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현재 전국에서 22개의 상호신용금고가 영업정지 상태며, 열린금고의 출자자 불법 대출 사건이후 동아.해동 등 증시에 상장한 대형 신용금고까지 영업을 중단했다. 그 여파가 새마을금고와 신용협동조합 등 다른 서민 금융기관에까지 미치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신경 써야 한다.

26일 증시가 막을 내린다. 시장이 서는 날 기준으로 6일 남았는데, 다시 등장한 근로자주식저축이 사위는 듯한 시장에 약하나마 군불을 땔 것 같다. 상장.등록 기업이나 투자자 모두 허망한 1년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금융 구조조정 작업이 가시화하면서 외국인이 '사자' 에 나섰고, 이 기조가 내년 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내림세인 국제유가도 우리 경제에는 한줄기 빛과 같다.

국회 예산결산특위가 16일 예산안조정소위 회의를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본격 심의에 들어갔다. 여당은 1백1조원의 정부 예산안을 원안 그대로, 야당은 올 수준으로 동결하자며 9조원의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돌발 변수가 없다면 일부 삭감하는 선에서 예산안이 금주 안에 통과될 것 같다.

노벨 평화상의 경제적 효과는 찾기 힘들고, 당장 썰렁한 민심 추스르기가 급한 판이다. 당정 개편이 경제팀의 교체를 포함할 가능성도 있다. 정치나 경제나 시장의 평가가 중요하다. 시장의 신뢰는 그냥 다가오지 않는다. 국가나 기업이나 노력한 만큼 얻는 법이다.

양재찬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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