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호실 총격' 진상 밝혀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통령 경호실 소속 경찰관이 청와대 안에서 동료 경찰을 사살한 사건을 관계 간부들이 대책회의 끝에 단순 총기 오발사고로 은폐.축소했다는 현직 청와대 경호실 내부의 '폭로 편지' 가 충격을 주고 있다.

편지 내용이 워낙 민감한 사안인 데다 미심쩍은 부분도 들어 있지만 구체적인 상황 묘사와 정확한 실명 거론을 하고 있어 터무니없는 허구로 보기도 어려운 만큼 서둘러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다.

편지 내용은 지난해 5월 대통령 집무실과 가장 가까운 거리의 청와대 내 초소에서 경찰끼리 말다툼 끝에 동료를 사살한 사건을 경호실.경찰 고위간부들이 대책회의를 연 뒤 청와대 밖의 총기 오발사고로 거짓 발표했다는 게 골자다.

또 대통령에게도 허위로 보고했으며 이 과정에서 유가족에게 입막음으로 1억원을 주었다는 것이다. 또 특정지역 출신자들이 주요 지휘관을 독차지했기 때문에 이같은 축소.은폐가 가능했다는 주장이다.

경찰은 편지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당초 발표대로 오발사고가 틀림없으며 부검 결과에 유가족도 수긍했고 직원 모금으로 부의금 3천6백만원을 전달한 게 전부라는 것이다.

만일 제보 내용이 사실이라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청와대 안에서 대통령의 안위를 책임지는 경호실 소속 직원들이 함부로 총을 쏘았다는 것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더욱이 사실을 숨기고 허위 발표.보고했다면 정권의 도덕성과 맞물려 더욱 큰일이다. 또 사명감으로 무장됐어야 할 대통령 경호실 관계자들이 야당 의원에게 내부 정보를 흘리는 행위는 권력누수 차원을 넘은 이상신호다.

아울러 지역 편중 인사가 편지 발송의 직접 동기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진상 규명은 정부 몫이다.

은폐.축소 대책회의가 있었는지, 편지 내용과 사실이 다른 점은 무엇인지가 핵심 의혹이다. 하루라도 빨리 이를 밝히는 것이 정권 차원의 부담을 줄이고 유언비어 확산을 막는 지름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