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체내 중금속' 축적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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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울산지역 초등학생들의 체내에 축적된 중금속 양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현상은 공단에서 비교적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으며, 일부 중금속 농도는 점차 국제허용기준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보건당국의 철저한 역학조사와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울산대 환경기술개발센터 이충렬(李忠烈.의대)교수팀은 울산시 의뢰로 1997, 99년에 이어 올해 울산공단 인근의 장생포.선암초등학교와 울주군 언양초등학교 등 3개교 학생 2백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체내 중금속 축적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납의 혈중 농도(1㎗ 기준)는 공단 근처의 선암초등교가 97년 4.39㎍에서 올해 7.11㎍으로 늘었고, 97년 3.94㎍이었던 언양초등교도 7.19㎍으로 급증해 울산공단의 환경오염 피해가 확산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생포초등교는 97년 7.96㎍에서 지난해 6.4㎍으로 줄었다가 올해 7.53㎍으로 다시 늘었다.

미국질병관리센터(CDC)의 소아 혈중 납 허용농도는 10㎍/㎗며, 중독되면 정신착란과 빈혈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또 소변 속의 크레아티닌 배설량(1ℓ기준)으로 측정한 비소.카드뮴 축적량도 높아졌다.

중독되면 근육이 약해지고 구토 등을 일으키는 비소(세계보건기구 기준 30㎍/ℓ)는 장생포초등교가 97, 99년의 5.17㎍이던 것이 올해는 8.83㎍으로 증가했고, 언양초등교도 97년 2.25㎍에서 올해는 7.07㎍으로 세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뼈를 손상시켜 이타이이타이병을 일으키는 카드뮴(세계보건기구 기준 2㎍/ℓ)은 선암초등교가 97년 1.16㎍에서 올해 1.83㎍으로 늘었고, 언양초등교는 97년 0.74㎍에서 올해는 두배인 1.48㎍으로 늘었다.

이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李교수는 "아직 중금속에 의한 간.신장 등의 이상 증세는 발견되지 않고 있으나 체내 중금속량이 급증하는 것은 주목해야 할 문제" 라고 말했다.

울산지역의 공단 배출물에 의한 대기.토양 오염은 주민들이 악취 등에 의한 두통을 호소하는 등 70년대부터 문제가 돼왔다.

허상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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