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나랏빚 1년 새 114조 급증 … 속도 너무 빠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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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일부 국가의 재정적자 문제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나랏빚과 적자 살림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나랏빚은 규모 못지않게 속도의 문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일반정부와 공기업의 부채를 합한 금액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610조874억원이다. 1년 전의 496조556억원보다 약 114조원(23.1%) 늘었다. 증가율로는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04년 이후 최대 폭이다.

일반정부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회보장기구(국민연금 등) 등이 포함된다. 여기에 공적금융기관(국민주택기금·예금보험기금 등)의 부채까지 합하면 710조여원에 이른다. 물론 이는 국가부채 규모를 비교하는 잣대로는 쓰이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될 경우 결국 국가와 국민의 빚으로 돌아올 수 있다.

실질 재정수지(GDP 대비)는 2008년 -1.6%, 지난해 -5%에 이어 올해도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거둬들이는 세금보다 쓰는 돈이 많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2년까지로 잡았던 균형재정(재정수지 0%)의 시점을 2013~2014년으로 늦췄다. 세입과 세출 양쪽에 원인이 있다. 정부는 2008년부터 소득세와 법인세 등 주요 세목에 대해 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 정책을 펴왔다. 경기를 살리기 위한 지출은 크게 늘렸다. 그 덕에 마이너스로 전망되던 성장률을 플러스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대가로 50조원의 재정적자를 떠안게 됐다.

경기회복은 여전히 재정건전성에 우선하는 정책 목표다. 올해도 이런 기조엔 큰 변화가 없다. 다만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단계에 접어든 만큼 재정기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정부는 우선 씀씀이를 촘촘하게 관리하기로 했다. 재정전략회의와 2011년 예산편성과정 등을 거쳐 9월 말까지 ‘세출구조조정 세부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내년 예산에는 올해 경제회복 과정에서 진행된 한시적인 사업들이 지원 중단 또는 축소될 가능성이 커졌다. 2009년 수정 및 추경 예산에서 1000억원 이상 증액된 사업은 35개, 27조6000억원에 달했다. 올해는 20개 사업에 7조70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내년에 이를 더욱 줄인다는 것이 정부 복안이다.

당장 올해엔 5%의 실질 성장이 가능하다는 전제로 재정적자를 GDP 대비 2.7% 아래로 관리하기로 했다. 허경욱 재정부 차관은 “국제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재정은 세계적으로도 아주 양호하다는 것이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일치된 평가”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균형재정을 가장 빨리 회복하는 주요 20개국(G20) 국가가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 공약이다.

정부는 세입 기반도 손질할 계획이다.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에 규정된 비과세 및 세액 공제에 대한 일몰제를 정비하기로 했다.

국가 부채는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 허 차관은 “국제기준 국가 채무 비율이 GDP 대비 40%를 넘지 않게 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며 “지금 36%까지 올라간 것은 금융성 채무 때문이며 적자성 채무는 반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공기업 부채가 빨리 느는 것에 대해서도 자본이나 자산이 같이 늘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허 차관은 “공기업 자산만 현재 300조원이 넘으며, 국제 기준에도 부채의 경우 공기업 부문은 당연히 빠지게 돼 있어 숨은 부채가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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