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4·끝 하천정책 바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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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하천들이 건천화해 기능을 잃어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한마디로 '부재' 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천관리 행정의 무게 중심이 홍수예방에 두어져 반대개념인 하천의 건천화 문제는 철저히 홀대받아 왔다.

특히 하천의 자정능력을 살리고 생태계를 복원하고 건천화를 막으려면 하천유지용수를 확보해 흘려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나 대책은 크게 미흡한 실정.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우효섭 연구위원은 "대구의 신천.서울 성내천 등 일부 지역에서 지하수를 끌어올려 하천유지용수를 방류하고 있으나 이렇게 비상수단을 강구해야 하천의 품위와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중소하천들은 전국적으로 수두룩할 것" 이라고 말했다.

결국 대책은 하천유지용수를 확보해 말라가는 하천에 흘려보내는 것이다.

건국대 지리학과 박종관 교수는 "구릉지 파괴행위를 절대 금하고 오.폐수는 발생지역 근처에서 효율적으로 처리한 뒤 이 물을 인근 하천에 돌려줘야 한다" 며 "이를 위해 각 지역에 소규모 하수처리장을 건설해 처리수를 하천에 방류하고 소량의 빗물이라도 하천으로 돌릴 수 있는 하수.우수 분리체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하천의 건천화를 방지하려면 현재처럼 광역단위별로 대규모 하수처리장을 운영하기보다 하천 중간중간에 소규모의 처리장을 여럿 세우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 처리한 물을 인근 하천의 하천유지용수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규모 하수처리장을 많이 건설하려면 우선 예산문제에 부닥치고 주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따른다.

1996년까지 2백여억원을 투입하고도 4년째 가동을 못하는 성남 구미동(분당) 하수처리장이 단적인 예.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악취가 싫다는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닥쳐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서 중단됐는데 성남시는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분당 환경시민의 모임 정병준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구미동 하수처리장 문제가 해결돼 여기서 처리된 물을 하천유지용수로 흘려보내면 탄천의 건천화 문제는 당장 풀린다" 며 아쉬워했다.

빗물을 아끼기 위한 시책도 겉돌고있다.

우수관과 하수관을 땅속에 따로 묻어 빗물을 우수관에 모은 뒤 하천유지용수로 활용하는 방안도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간 빗물처리체계가 서로 다른 데다 부실 시공으로 하수가 우수관으로 흘러드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탄천의 경우 분당.용인 수지 등 신도시지역은 하수.우수관을 분리해 빗물을 따로 받고 있지만 상류 쪽인 용인의 죽전.구성 등은 하수.우수를 한데 섞어 탄천으로 흘려보내고 있다.

'따로국밥' 같은 정부의 하천관리행정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이수(利水)와 치수(治水).지하수 관리.홍수관리 등 수량업무, 환경부는 수질조사.규제 등 수질업무, 농림부는 농업용수업무, 산업자원부는 수력발전개발, 행정자치부는 자연재해대책을 맡는 등 업무가 분산돼 있다.

또 한강.낙동강 등 전국의 62개 직할하천은 건교부, 55개의 지방과 준용하천은 시.도, 3천8백47개의 소하천은 시.군.구에서 담당하는 등 관리체계가 중앙과 지방으로 분리돼 있다.

하천관리에서 수량은 개발업무에 속하고 수질은 규제업무이므로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고려대 토목공학과 윤용남 교수는 "수량이 충분하지 못한 하천은 수질 유지가 불가능하고 수질이 보장되지 않고 수량만 풍부한 하천은 쓸모 없다" 고 지적했다.

하천이 유역별로 종합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상류에서 하류로 흐르면서 관리주체가 바뀌는 것도 하천관리의 사각지대를 낳는다.

상류지역인 군포공단에서 흘러나온 폐수로 몸살을 앓고 있는 안양천은 유역별로 종합적인 관리망을 확립하지 않는 한 하천을 살리기 위한 모든 노력이 땜질 처방으로 끝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 안양시는 '안양천 살리기 네트워크' 를 구성, 안양시가 맡고 있는 구간의 조경과 수질 회복을 위해 전문가들에게 용역을 맡겼다.

그러나 상류지역인 군포시 관할 구간에서 적절한 수질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서울로 들어오는 썩은 물의 유입은 막을 방도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건교부 최영철 수자원국장은 "현재 하천 정책의 허점은 하천 유역의 종합적인 관리대책이 없다는 것" 이라고 시인하고 "하천법 개정을 통해 유역종합치수계획을 세우고 유역관리위원회를 만들 계획" 이라고 밝혔다.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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