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열린우리 과거사규명법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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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13일 '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기본법안'을 확정, 발표했다. 얼룩진 역사를 바로잡겠다는 이른바 과거사 청산법안이다. 그러나 현실정치에선 화해가 아니라 불화를 부를 것 같다. 우선 연일 이어지는 정치법안 발표에서 전운이 감돈다. 열린우리당은 12일 국가보안법 보완 입법안, 13일 과거사 법안에 이어 14일 사립학교법안, 15일 언론개혁법안을 차례로 발표한다. 20일엔 이 4대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하나같이 여야 격돌이나 사회 세력 간 충돌을 예상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들이다.

열린우리당으로선 이 법안들을 정기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절박성이 있다.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는 현재의 151석 과반의석(기준 150석)이 내년 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허물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전 기미가 보이지 않는 당 지지도 하락이 지도부를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한나라당은 한나라당대로 4대 법안 중 어느 것도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다. 여당의 과거사 법안이 해방전후와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대통령 시대의 권력남용 사건 등을 파헤친다는 명분으로 대한민국의 정통성 기반을 무너뜨리려는 것이라고 의심한다. 이는 한나라당엔 오랜 지지층의 파괴를 의미한다. 특히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과거사 규명은 박근혜 대표에 대한 흠집내기로 연결될 수 있다고 본다. 정치적 이해관계로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대목이다.

본격적인 법안심의, 협상, 처리는 10월 마지막 주에 시작된다. 그때까지의 국감 대치는 과거사 법안 등을 둘러 싼 격돌에 비하면 오히려 작을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여당의 과거사 법안이 나오긴 했지만, 과거사 조사위원회에 압수수색영장 청구의뢰권을 부여해 초법 논란을 빚을 수 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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