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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서 사랑의 '헌혈 릴레이' 펼쳐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백혈병으로 꺼져 가는 어린 생명을 살리기 위해 전북 고창 사람들이 학생부터 어른까지 한마음으로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27일 고창군에서는 지역 주민 1천여명이 참여하는 ‘헌혈 릴레이’가 펼쳐졌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헌혈차 4대가 군청·경찰서·군부대와 사회단체·학교 등을 돌면서 ‘사랑의 피’를 모았다.

이날 헌혈은 백혈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있는 고창 남초등 5년 이종명(12)군과 아산 대아초등 1년 유동준(8)군에게 피를 보태주고 투병 의지를 북돋워 주기 위해 마련된 행사였다. 두 아이는 현재 서울대 병원과 고려대 병원에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헌혈 릴레이는 고창여고 학생들이 불을 붙였다.지난 10월 李군과 柳군을 돕기 위한 모금운동이 시작되자 학생들 사이에서 “수술을 받으려면 많은 피가 필요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특히 주민들이 헌혈할 경우 성과가 크고 의미도 있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에 따라 고창여고 학생들은 학생회를 통해 고창고·강호상공고생들에게 전군민을 대상으로 한 헌혈 캠페인을 제의했다.이후 고교생 대표들은 관내 기관·단체 등을 돌면서 헌혈을 호소했다.

고창 군청·의회·교육청·경찰서·군부대·학교와 청년회·농민회원 등이 잇따라 동참을 선언,27일 헌혈 릴레이로 초겨울 추위를 녹였다.

두 백혈병 어린이에 대한 도움의 손길은 줄을 잇고 있다.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독지가는 헌혈증 2백50여장을 내 놨다.명인제약 전주지사는 약품과 성금을 기증했다. 전북지역 헌혈왕인 이용준(55·임실군청)씨는 자신이 보관 중인 헌혈증서를 모두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고창지역 사회단체들은 27일 헌혈자들을 위해 음료수·빵 1천여개씩을 내놓았다.

고창여고 학생회장 이란(18)양은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일처럼 발벗고 나서는 것을 보고 세상이 아직도 따뜻하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종명이와 동준이가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곁으로 돌아오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063-560-2232.

장대석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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