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벤처들 '짝짓기'로 살길 모색

바이오 벤처들의 짝짓기가 새로운 업계 지도를 그려내고 있다.

정보기술(IT)에 이어 차세대 유망산업으로 꼽히는 생명공학 분야에서 신생업체가 쏟아지면서 부족한 부문을 서로 도와 함께 성장하려는 노력이 어느 업종보다 활발하다.

한국바이오벤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80여개였던 바이오 벤처는 현재 3백50여개로 늘어 올해는 바이오 벤처의 원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이오 벤처의 네트워크 구축과 홍보를 돕는 드림커뮤니케이션즈의 이지선 사장은 "IT 분야보다 기반 기술을 쌓고 투자 과실을 회수하는 기간이 긴 데다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크기 때문에 뿔뿔이 흩어져선 성공하기 힘든 업종" 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생명공학 벤처들은 자금 시장이 위축된 하반기 들어 기술 지주회사.벤처 공동체 같은 새로운 방식의 벤처 생태계를 만들어 불황에 맞서고 있다. 전략적 제휴나 자본 출자 위주의 IT 업계식 네트워크와 다른 모습이다.

◇ 기술 지주회사=바이오홀딩스는 생명공학 전문가들이 주주가 돼 만든 이색 지주회사다.

이상기 대표(생명공학연구소 미생물공정연구실장) 등 50여명의 박사급 연구원과 특허.기술이전 등 경영지원 전문가들이 주주로 참여해 투자 기업의 인큐베이팅을 한다.

李사장은 "일반 창업보육회사와 달리 연구원.교수 등이 연구와 사업을 직접 하기도 하고 중간기술을 상품화해 다른 곳에 팔기도 할 것" 이라고 말했다.

◇ 벤처 공동체=대전의 대덕 바이오 커뮤니티와 경기도 용인의 진로종합연구소가 대표적이다.

대덕 커뮤니티는 인바이오넷이 지난 6월 인수한 옛 한효과학기술원에 둥지를 틀었다.

제노텍(DNA 합성 등).툴젠(유전자 스위치).바이오프로젠(단백질 생산 기술) 등 핵심기술이 다른 생명공학벤처 14개사가 입주해 기술.인력.설비 등을 공유한다.

이들의 구호는 '따로 하면서 같이 한다' 는 것. 구본탁 인바이오넷 사장은 "프로젝트마다 전담 팀을 만들지만, 서로 투자하지는 않고 자금조달도 따로 하며 남의 고유 사업 영역엔 간섭하지 않는다" 고 말했다.

진로종합연구소도 최근 바이오 벤처기업 단지로 변신해 내년 상반기까지 30여개 바이오 벤처를 입주시킬 예정이다.

신약.신물질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바이오메드파크가 지난달 성업공사에서 이 시설을 인수했다.

현재 C&BR(신약 설계).켐온(약물 평가).바이오프론트(특수 단백질 발굴).디스진(DNA 칩) 등 4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 출자 네트워크=이지바이오시스템은 미생물 제품.항생제 대체제.기능성 첨가제 등을 생산하는 업체. 이 회사는 10여개의 바이오벤처에 출자했다.

투자받은 벤처기업들은 원천기술을 발전시키고 이지바이오시스템은 이를 응용한 제품을 개발, 마케팅하는 분업 틀을 짰다.

지원철 사장은 "바이오 벤처가 대부분 실험실 창업에 그치고 있는 국내 현실에서 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모델이라고 본다" 고 말했다.

SK㈜는 자사가 출자한 바이오벤처 10곳을 묶어 공동연구개발에 나섰다.

내년 투자규모는 2백억원 이상. 특정 생약 성분이 유전자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집중 연구할 계획으로 그린텍21(추출.정제).지노첵(DNA칩 등).프로테옴텍(단백질 기술).이즈텍(생물정보학) 등이 참여했다.

◇ 전략적 제휴=대기업과 바이오 벤처간 제휴도 잇따르고 있다. 남해화학은 생명공학연구소 박호용 박사팀이 이끄는 인섹트바이오텍과 협력해 솔잎혹파리 살충제 등 미생물 농약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환경 관련 사업 경험에다 인바이오넷의 미생물 환경복원기술을 접목하기로 했다.

동부한농화학은 배제대 바이오의약연구센터와 제휴해 환경친화 생물농약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LG화학은 CTC바이오.대덕바이오 등과 제휴했다.

벤처간 제휴와 인수.합병(M&A)도 활발하다. 바이오스펙트럼과 티지바이오텍은 최근 피부노화 방지용 화장품을 공동개발키로 했다. 바이오리더스와 바이오벤처젠트롤은 기술 및 판매망 면에서 서로 부족한 부문을 보완하려고 만난 경우다.

미생물 분야의 고급기술을 보유한 바이오알앤즈와 프라임바이오는 바이오벤처간 첫 합병 사례다.

홍승일 기자